보상 후 철거된 동물 사육장의 쓰레기는 수개월째 남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시민 산책길을 차단한 채 페인트 적재장과 벌 양봉장이 들어서 문제로 지적된다.
만년교에서 가수원교 사이 갑천변을 따라 이어진 습지는 잘 보존된 자연과 호젓한 산책길 덕분에 대전 시민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갑천 철새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반딧불이 서식할 정도로 자연의 모습에 가깝게 보존돼있다.
지난해 대전시가 지정한 '대전 걷고 싶은 길 12선'에 선정됐고, 지금은 습지보호구역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시민들의 발길도 갑천 습지길에 모이고 있지만, 습지에 닿는 대여섯 갈래의 길 중 정림동 정수원의 명암마을 길은 여전히 쓰레기장처럼 방치되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마무리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에 있던 10여 개의 동물 사육장들이 모두 보상을 받고 다른 곳으로 옮겨갔으나 그 쓰레기와 폐자재는 그대로 남아 있다.
사육장 시설 중 돈이 될만한 고철류만 뜯어가고 우리를 덮었을만한 비닐포장과 생활폐기물은 산책길에 흉물이 됐다.
또 동물사육장을 이전시키자마자 새로운 건축자재 창고가 들어서면서 높은 담을 세우고 패널 등을 숲 속에 쌓아두고 있다.
더욱이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던 산책길을 막아 페인트를 보관하거나 꿀을 모으는 양봉 통 80여 개가 놓여 있어 불안케 하고 있다.
갑천 습지 길을 찾고자 현장을 지나던 한 주민은 “개 사육장이 옮겨져 그나마 나아졌는데 쓰레기는 그대로 남았고 산책길 일부는 누군가 막아놨는데 행정적 관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는 동물 사육장에 남은 쓰레기 처리를 위해 그동안 4대강 사업을 진행한 국토관리청과 논의했다는 입장이다.
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완료됐는데 동물사육장 철거는 늦어져 쓰레기가 그대로 남아있게 됐다”며 “하천 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예산을 통해 다음달 중에 쓰레기를 모두 수거하겠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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