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구 큐레이터 |
그래서 우리는 거리를 잠시 걷는 것만으로도 '미'와 관련된 그 도시의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민들의 미감이나 미적 성향(단순히 차림새에서 얻는 유행에 관한 정보들 너머 그들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뿐 아니라, 그 도시의 정치가·관료들의 미술에 대한 인식과 행정, 학교와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예술교육의 정도와 질과 같은 것들도 대략은 파악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시민의 동의 속에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이다.
길에서 만나는 미술에 관해서는 수없는 주제와 이야기가 가능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소위 공공미술이다. 우리가 길을 걷다가 길가 한 모퉁이, 또는 건물 한 구석에서 마주치는 조각이 바로 그 한 모습이다. 공공미술은 공중(公衆)에게 개방된 장소에 설치·전시되는 작품 전반을 가리킨다.
건물에 이러한 조형물을 설치하도록 한 근거가 소위 '1%법'이다. 1%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건축할 경우, 건축비의 1%를 미술품에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미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부터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도 그 내용이 다소 변경된 이 법은 여전히 그 존폐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첫째는, 건축주에게는 비용은 물론 한 치가 아까운 땅까지 내놓아야 하는 준공을 위한 의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공을 위한 배려나 건축물과의 조화, 작품성과 같은 본연의 취지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사후 작품관리 또한 마찬가지다. 둘째로, 작가에게는 작품을 매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일부에서는 '밥그릇 싸움'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작품 선정과 심사를 둘러싼 공정성과 작품성에 논란이 일기 일쑤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길거리에서 눈에 드는 조형물(혹은 조각)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러한 1%법은 공공건축물에도 적용된다. 공공기관에서 건물을 지을 때도 해당된다는 말이다. 개인 건축물은 사유재산이지만, 공공건축물은 그야말로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공원과 같은 공공 공간을 조성하고 그곳에 기념물을 세우는 경우, 그리고 시와 시민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구조물을 짓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곳이다. 물론 개인 건축물의 조형물에 대해서도 그러하지만….
그곳에 어떤 작품을 왜 설치하는지 긴 시간 논의하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하나의 예술품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예술은 기호(嗜好)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누구의 이익이 아닌 공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기본 취지가 지켜졌음에 대해서만큼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광역시 대전에서 마음에 들어오는 공공조형물을 찾기 어려운 데에는,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우리의 동의가 바탕이 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만든 대전시의 공공미술이다.
길을 걸으면서 무심히 지나쳤던,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길거리의 공공조형물에 눈길을 주어 보자. 그 모습과 그것이 놓인 공간과 건물을 찬찬이 바라보자. 미술은 사회와 그 구성원을 비추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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