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종영]'서로·함께'가 그리운 시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소종영]'서로·함께'가 그리운 시대

[NGO 소리]소종영 정림종합사회복지관장 소종영 정림종합사회복지관장

  • 승인 2013-05-23 14:23
  • 신문게재 2013-05-24 20면
  • 소종영 정림종합사회복지관장소종영 정림종합사회복지관장
▲ 소종영 정림종합사회복지관장
▲ 소종영 정림종합사회복지관장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시청률에 따라 그 횟수가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합니다. 각종 운동경기의 감독들은 그 성적에 따라 그 계약이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 땅에 경쟁 아닌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입시도 경쟁이요, 취업도 경쟁입니다. 때문에 경쟁에서 지는 이는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경쟁의 경(競)은 '겨루다'는 뜻입니다. 백 미터 달리기를 할 때 한 방향을 향해 모든 주자들이 횡으로 서 있다가 신호와 함께 달려 나가는 것이 경이지요. 이렇게 겨루어 반드시 1등을 하겠다는 심보가 '경'에는 들어있습니다.

경쟁의 쟁(爭)은 '다투다'는 뜻입니다. 마주 서서 다투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권투가 쟁이요, 축구도 쟁인 셈입니다. 어쨌든 '쟁'에도 상대편을 쓰러뜨려야만 내가 이길 수 있다는 심보가 들어 있음입니다.

복지의 현장에서는 경에서도 밀리고 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는 다양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참으로 많이 만납니다. 똑같이 출발하고 내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좋은 조건과 좋은 실력을 가지고 내달리는 이를 따라잡기에는 태부족입니다. 아무리 싸워보려 해도 무쇠로 담금질 한 칼 앞에 뒷동산에서 잘라 만든 나무칼로 싸우는 격이니 이미 싸움 상대가 되질 않습니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이요, 양극화의 절정으로만 치달리는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함께' 라는 말과 '서로' 라는 말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앞을 향해 내가 먼저여야 한다며 홀로 달려 나가는 '경'의 반대는 '함께'입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소중하게 여기며 가슴 펴고 어깨 걸고 '함께' 하겠다 하는 것이 '경'과는 다른 의미인 것이지요.

'쟁'의 반대는 '서로'입니다. 마주보고 주먹으로 다투든, 공으로 다투든 상대를 눕혀야 되는 상황에서 '서로' 사랑하겠다 하니 다툼이 되지 않는 상황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서로'라는 의미는 참으로 좋습니다.

'갑'과 '을'이 어느 때보다 크게 회자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경쟁사회를 살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귀결입니다. 이 땅에 '갑'들은 다른 '갑'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겠기에 '을'을 다그치고 재촉하면서 결국 죽음으로 몰아가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갑'에 밀린 '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을사조약'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을 언론을 통해 슬픔으로 듣습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을들이 소수의 갑에 의해 밀리고 밀려 더 이상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시대이니 을도 을 나름대로 서로 함께 할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없습니다.

갑도 을도 서로 함께 가는 길은 진정 없는 것일까요? 그래도 우리가 아직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마을을 회복하자는 운동이, 공동체를 살리자는 마음들이 모이고 있음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 것처럼, 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우고 치매 노인과 장애인을 서로 돌보던 '서로·함께'의 마을공동체의 회복이 시급한 우리네 삶의 과제라 여겨집니다. 이러한 즈음에 갑을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참으로 의미 있는 인생의 발걸음은 경에서 뒤처지고 쟁에서 쓰러진 을과 같은 이들과 '서로' 의지하며 '함께' 가는 길이겠습니다. 이 길에 '함께' 하겠다 하며 '서로'가 되어줄 이들은 마음을 열고 눈을 들어 보면 늘 가까이에 더 많이 있습니다. 이것이 희망입니다. 이 좋은 길, 서로 함께 가보시겠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