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 하면 '갑을 거래'에 광역자치단체장에 조사권, 고발요청권, 조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21일 국회에 제출됐다. 정치권은 갑을 이슈 선점을 위해 갑의 횡포 방지법과 을 지키기법 입법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갑의 횡포에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추진한다고도 한다. 주종관계처럼 된 계약 관계가 척결 대상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수단이 투쟁조직처럼 변질되거나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안 되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약탈적', '투쟁', '불매운동'과 같은 용어는 갈등관리 필요성을 시사해준다 하겠다. 지금도 물론 갑의 횡포를 막는 상법과 공정거래법이 있다. 법 운용이 허술하고 기존의 법망이 촘촘하지 못한 탓이 컸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되 경제정의에 역행하는 갑을 관계를 상생 분위기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유통업계의 불공정거래 문화에서 촉발된 갑을 갈등, 특히 '을의 반란'은 고질적 병폐에 숨죽이고 있다 이제야 전선이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갑과 을은 타도할 대상이 아닌 공정한 시장경제로 동질성을 회복해 공존할 대상이다.
지난 며칠간 '갑', '을' 문구를 쓰지 않기로 한 자치단체나 유통업체가 늘고 있다. 공문서 계약서류나 백화점 계약서에서 지운다고 불공정거래 문화가 일시에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름 없애기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상생관계 정립이다. 그것은 소통의 연장선상이며 지속가능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다. 동반성장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편의점 업계의 자정노력 역시 건강한 경제생태계, 즉 상생관계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요즘 같은 분위기로는 하도급법, 유통법 개정안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6월 국회는 '갑을 국회'처럼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 살리기, 골목상권 보호, 동반성장 등 모든 이슈가 갑을 문제 하나에만 수렴되는 것 또한 문제다. 일자리나 복지에서 소외돼 갑을 어디에도 끼지 못한 국민까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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