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남대에 따르면 학사구조조정안으로 독일어문학과와 철학과 폐과를 추진 중 이다.
한남대는 지난해부터 취업률과 충원율, 신입생등록률, 중도탈락률 등 4개 지표를 잣대로 일부 학과 폐지안을 담은 대대적인 학사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폐과를 추진 중인 독일어문학과와 철학과는 학교가 제시한 주요 지표 합계에서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한남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두 학과 소속 단과대학인 문과대 교수들은 성명서를 통해 “구조조정 작업의 부당성과 졸속진행, 절차상 모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인문학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그 어떤 결정과 조치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목원대와 배재대는 지난 6일 독일언어문화학과, 프랑스문화학과 등을 모집정지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담은 학사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대전대는 철학과를 폐지해 올해부터 철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고, 재학생들만 졸업까지 학점 취득을 보장하기로 했다.
건양대는 2005년 국문과를 문학영상학과로 바꾼 후 지난해 폐지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선호 학과로 통하는 영미영어문화학과도 지난해 금융ㆍ국제학과로 통합했다.
결국 한남대가 독일어문학과와 철학과를 폐지할 경우, 대전권 사립대 가운데 독립된 철학과와 독문학과를 개설한 대학은 한 곳도 없게 된다.
각 대학들이 일명 '문사철(文史哲)'이라고 일컫는 학과 폐지에 나서는 것은 대학평가시 취업률, 충원율 등 주요지표 관리때문으로 대학 본연의 기능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순수학문의 구조조정이 대학의 본질적 가치인 학문의 균형발전보다는 시장경제의 중요한 가치인 '효율성', '선택과 집중'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각 대학들이 취업률 경쟁으로 문사철(文史哲)을 비롯한 인문학 관련학과들을 폐지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취업률 경쟁으로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문학은 시장경제의 수치로 판단할 수 없는 모든 학문의 근간”이라며 “정부의 대학 평가가 일부 수치에 급급하는 평가보다는 지역별ㆍ대학별 여건을 감안하여 대학별 성취기준을 설정하고 달성여부만을 평가하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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