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의결없이 '1천억 계약' 정비사업 조합장에 벌금형

1000억원이 넘는 계약을 조합 총회 없이 체결한 대전의 모 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장과 상근이사들이 벌금형에 처해졌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판사 김성률)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합장 A(69)씨에게 벌금 500만원, 상근재무이사 B(60)씨와 상근총무이사 C(58)씨에게 각각 벌금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 등은 2008년 4월 조합 총회를 열고, 삼성에스디에스(주)와 471억3700만원, 엘지전자(주)와 740억9000만원, 엘지씨엔에스와 401억원, 케이티(주)와 368억1600만원 등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하지만, 2009년 11월 이사회만 열어 공사면적 및 대상으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삼성에스디에스와 589억2100만원, 엘지전자와 1017억1700만원, 엘지씨엔에스와 451억7500만원, 케이티와 460억원 등으로 증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540억원을 증액하는 재계약이었지만,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

이전인 2011년 3월에도 이사회를 열고, 퓨처렉스(주)에 350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되, 퓨처렉스는 조합에 130억원을 대여하는 계약을, 디리아(주)에 150억원을 지급하되, 디리아는 조합을 대신해 한국유비쿼터스도시협회에 과제비로 4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총회 없이 500억원대의 계약을 추진했다가 고발됐다.

재판부는 “총회 의결 없이 이뤄진 계약은 조합자금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조합원의 재산권을 보호하려는 법 취지에 반하고, 상당수의 조합원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다만, 계약 내용이 조합 이익에 반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