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성실한 정부보다 현명한 정부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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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성실한 정부보다 현명한 정부가 돼야

[기고]육동일 공공문제연구소 소장·충남대 교수

  • 승인 2013-05-21 16:43
  • 신문게재 2013-05-22 20면
  • 육동일 공공문제연구소 소장·충남대 교수육동일 공공문제연구소 소장·충남대 교수
▲ 육동일 공공문제연구소 소장·충남대 교수
▲ 육동일 공공문제연구소 소장·충남대 교수
옛날 중국 어느 지방에 의욕이 넘치는 군수가 부임해 왔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의욕이 넘치는 이 관리는 부임하자마자 정사에는 뜻이 없고, 오로지 취미인 음악에만 몰두해 낮이나 밤이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지내다가 임기를 마치게 된다. 지역민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신임 군수는 전임 군수 재임동안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갈리 없어서 경제와 치안이 나빠졌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부터 자신이 주도해서 적극적으로 업무를 보기 시작하면, 경제와 치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자신의 우수함이 여실히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신임 군수는 밤잠을 자지않고 마을을 돌며 치안을 살피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새로운 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등 열성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일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연히 나아질 줄 알았던 지역의 치안과 경제가 전임 군수 시절보다 오히려 악화되었다. 절도범은 늘어나고 지역민들의 생활은 더 궁핍해 졌다고 한다.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왜 일어난 것인지 신임 군수 자신은 물론, 하부 관리들 아무도 알 수 가 없었다. 결국, 신임 군수는 수소문 끝에 공직을 떠난 전임 군수를 만나 그 답을 듣게 된다. 전임 군수는 빙그레 웃으며 “내가 군수를 맡았던 시절에는 음악에만 심취한 나를 보고, 지역의 사람들이 군수를 믿을 수 없으니 스스로 문단속을 잘하고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다. 반면, 신임 군수인 당신은 모든 일들을 알아서 전부 해주려 하는 것을 보고는 아마도 사람들이 군수만 믿고 문단속을 게을리하거나 일도 전 보다도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다소 과정된 얘기같지만, 여기에는 오늘날 국가를 이끌어 가는 대통령과 지방정부를 책임지는 지역의 단체장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중요한 교훈이 담겨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과거의 중국이든 현재의 한국이든, 지방의 군수이든 한 나라의 대통령이든, 이 지도자들은 모두 국민들을 최우선으로 하고 국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국민들을 위하고 싶은 마음이 급하고 간절해도, 또 아무리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약속을 했다 하더라도 정부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이 있다.

정부가 국민들의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일일이 간섭해서 해결해 가려 한다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쓸데없는 일들을 계속 벌이게 되면 해결은 깊은 늪에 빠져들게 된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할 수 없는 일까지 무리하게 하면 할수록 실제적으로 국민들은 물론 기업과 시민사회 활동이 나태해짐으로서 결국 큰 혼란과 피해를 안겨주고 말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대통령과 정부를 슈퍼맨으로 보면서 모든 일을 일방적으로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부도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아무리 좋은 정책들도 성공을 거둘 수 가 없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국민들과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 지지와 협력없이 혼자서 해결하려 하면, 아무리 유능한 정부라고 해도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가 없다는 것이 선진국가들이 실제 경험에서 이미 입증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발전의 진정한 주체는 국민들이기 때문에 정부는 국민과 미래비전과 발전목표에 공감하고, 상호신뢰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만 국민도, 정부도, 정책도, 성공할 수 가 있는 것이다. '슈마허'라는 경제학자는 “성실한 사람은 문제를 다 해결하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문제를 피한다”고 했다. 물론 회피하라는 말이 아니고 문제 해결방식을 현명하게 하라는 말이다.

21세기 미래사회에서는 주워진 모든 일들을 무조건 다 처리하려고 하는 '성실한'정부보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게 하고, 국민과 정부가 같이 공동으로 결정하고 협력해 가는 '현명한'정부를 최선의 정부로 본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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