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동일 공공문제연구소 소장·충남대 교수 |
그러나, 당연히 나아질 줄 알았던 지역의 치안과 경제가 전임 군수 시절보다 오히려 악화되었다. 절도범은 늘어나고 지역민들의 생활은 더 궁핍해 졌다고 한다.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왜 일어난 것인지 신임 군수 자신은 물론, 하부 관리들 아무도 알 수 가 없었다. 결국, 신임 군수는 수소문 끝에 공직을 떠난 전임 군수를 만나 그 답을 듣게 된다. 전임 군수는 빙그레 웃으며 “내가 군수를 맡았던 시절에는 음악에만 심취한 나를 보고, 지역의 사람들이 군수를 믿을 수 없으니 스스로 문단속을 잘하고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다. 반면, 신임 군수인 당신은 모든 일들을 알아서 전부 해주려 하는 것을 보고는 아마도 사람들이 군수만 믿고 문단속을 게을리하거나 일도 전 보다도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다소 과정된 얘기같지만, 여기에는 오늘날 국가를 이끌어 가는 대통령과 지방정부를 책임지는 지역의 단체장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중요한 교훈이 담겨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과거의 중국이든 현재의 한국이든, 지방의 군수이든 한 나라의 대통령이든, 이 지도자들은 모두 국민들을 최우선으로 하고 국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국민들을 위하고 싶은 마음이 급하고 간절해도, 또 아무리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약속을 했다 하더라도 정부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이 있다.
정부가 국민들의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일일이 간섭해서 해결해 가려 한다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쓸데없는 일들을 계속 벌이게 되면 해결은 깊은 늪에 빠져들게 된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할 수 없는 일까지 무리하게 하면 할수록 실제적으로 국민들은 물론 기업과 시민사회 활동이 나태해짐으로서 결국 큰 혼란과 피해를 안겨주고 말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대통령과 정부를 슈퍼맨으로 보면서 모든 일을 일방적으로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부도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아무리 좋은 정책들도 성공을 거둘 수 가 없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국민들과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 지지와 협력없이 혼자서 해결하려 하면, 아무리 유능한 정부라고 해도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가 없다는 것이 선진국가들이 실제 경험에서 이미 입증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발전의 진정한 주체는 국민들이기 때문에 정부는 국민과 미래비전과 발전목표에 공감하고, 상호신뢰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만 국민도, 정부도, 정책도, 성공할 수 가 있는 것이다. '슈마허'라는 경제학자는 “성실한 사람은 문제를 다 해결하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문제를 피한다”고 했다. 물론 회피하라는 말이 아니고 문제 해결방식을 현명하게 하라는 말이다.
21세기 미래사회에서는 주워진 모든 일들을 무조건 다 처리하려고 하는 '성실한'정부보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게 하고, 국민과 정부가 같이 공동으로 결정하고 협력해 가는 '현명한'정부를 최선의 정부로 본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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