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아카시아 꽃 - 추억의 주전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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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아카시아 꽃 - 추억의 주전부리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3-05-21 14:25
  • 신문게재 2013-05-22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한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한동안 예년보다 기온이 낮아서 동백꽃 → 매화 → 진달래꽃 → 철쭉꽃이 순서도 없이 피고 지는 가했더니 벌써 아카시아 꽃향기가 싱그럽기만 하다.

아카시아 꽃은 어른들에겐 많은 추억이 어린 꽃이다. 아카시아 꽃은 꿀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 가운데 하나라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꿀을 구경하거나 맛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벌꿀 하면 곧 아카시아 꿀을 일컫고 언제 어디서나 구해 먹을 수 있다.

꿀이 귀했던 시절에는 꿀을 담아 놓은 단지를 귀히 여겨서 보배로운 것이 있을 때 꿀단지라 하곤 하였다. 꿀을 많이 함유한 아카시아 꽃은 향기도 그렇지만 맛이 있었다. 그런 까닭에 변변한 주전부리가 없던 시절, 모든 이들의 표적이 되었다.

아까시나무는 상당히 큰 나무였기 때문에 어린 나뭇가지에 피어 있는 아카시아 꽃은 따기가 쉬웠지만 큰 나무에 피어있는 아카시아 꽃은 따기가 어려웠다. 작은 나무에 피어있는 아카시아 꽃은 어느 누가 따갔는지 꽃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아카시아 꽃을 따지 못한 아이들은 큰 나무에 피어있는 아카시아 꽃을 따기 위해 애를 썼는데 긴 장대 끝에 나뭇가지를 끼워 꽃을 따낼 수 있게 만들었다. 나무를 잘 타는 아이들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아카시아 꽃을 따기도 했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아까시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달리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는 아카시아 꽃을 따려다가 가시가 손에 박혀 가시를 빼내느라 아픔을 참았던, 그런 기억도 떠올릴 것이다.

이렇게 아카시아 꽃을 따면 아까시나무 잎을 따 버리고 솜사탕처럼 하얗고 탐스러운 아카시아 꽃만 달고 다니면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기도 하고 혼자 아껴가면서 먹곤 하였다. 아카시아 꽃 한 송이는 입안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는데 짙은 향기는 물론이고 달콤하고 아삭한 맛 또한 일품이었다.

아카시아꽃 뿐만 아니라 한껏 물오른 달콤한 풀줄기나 풀뿌리, 풀 꽃송이들은 맛있는 주전부리였다. 이렇게 아카시아 꽃을 먹기도 하고, 나뭇잎을 따가지고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그 잎을 하나씩 뜯어내며 노는가 하면, 나무 그늘 밑에서 아까시나무 잎을 바둑알로 삼아 고누놀이를 하기도 하였다. 오늘 하루쯤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해서 옛 추억에 잠겨보면 어떨까?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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