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정홍원 국무총리가 내일(23일) 북유럽 라트비아 국회의장을 정부세종청사에서 면담하기로 했다. 이런 일로도 뿌듯해하는 세종시민, 충청도민들이다. 유난히 이런저런 서울 행사가 많은 5월, '청사는 세종, 업무는 서울'이라며 가사가 반복되는 후크송 틀어대듯 비효율 비판이 한바탕 휘젓고 지나가서 더 그럴 것이다.
얼마 전까지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할 청와대 집무실과 상임위원회를 열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만들자고 노래 부를 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었다. 중도일보 검색창에 '국회 분원' 또는 '청와대 집무실'을 입력하면 금방 훤히 알 일이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는 세종청사의 잠재력까지 결점으로 덧칠하려 한다. 이럴 때 충청도의 아다지오(침착하게 느리게) 말투는 프레스토(성급하게 빠르게)나 알레그리시모(매우 빠르게)로 변한다.
이 진지하지 않은 농담, “장차관은 서울, 국과장은 길바닥”이라는 비꼼의 이면에는 뒤끝이 슬쩍 보인다. 서울은 올라가고 지방은 내려가며, 서울은 높고 지방은 낮다는 경존향비(京尊鄕卑), 심하게는 지방을 '내부 식민지'처럼 얕잡는 사고까지 깔려 있다. 거봐, 내가 뭐랬어. '예언'이 맞았다 싶었는지 난리가 났다. “집에 대추나무 있지?” “없는데요.” “없기 다행이야. 있으면 큰일날 뻔했어.” 이런 점쟁이 화법 앞에서도 분당 음절수는 빨라진다.
내부요인만 들여다보면 세종청사와 서울청사의 긴밀한 교류와 왕래는 정상적인 측면도 있다. 수도권 집중이 사실은 부작용이고 비효율인 한국적 상황을 당장 어쩌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또 서울특별시와 세종특별자치시를 비유하면 사리불과 부처님, 사도 바울과 예수님, 간디와 조국 인도 같은 관계, 전 생애를 두고 그리워할 연인이라 할까. 그저 소박하게 큰집과 작은집처럼 왕래할 사이라고만 해둘까.
아무튼 세종시는 숟가락 몇 개 들고 서울에서 막 분가한 작은집 같다. 갓 태어난 신생아요, 꿈꾸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 같기도 하다. 연속적보다 불연속적으로 보이는 것들, 얼마간 감수해야 할 단점도 부지기수로 많다. 반면 이를 극복할 의지가 별로 없었던 게 사실이다. 영상 국무회의만 해도 대면보고에 묻혀 벌써 흐지부지됐다. 자주 활용하겠다고 엊그제 밝히긴 했다. 회의나 업무보고, 국정감사, 예산 심의 등에서 불편과 비효율은 아직 맛보기 수준이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이 완료되면 빨라진 충청도말의 속도는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
지금도 그렇다. 경제부처 장관들의 공식 일정 86%가 세종시 밖에서 이뤄졌다, 서울에서 67%의 일을 봤다, 연간 비효율 비용이 4조 7000억원이다 등의 통계를 효율성 증대에 써먹지 않은 것. '50일 중 닷새만 일하는 사무실', '결재 소요시간'의 사회적 비용 증가가 세종시 불합리성의 재료일 뿐인 것. 국회가 있는 서울로 갔다, 소관부처가 있는 세종시로 왔다, 결론은 언제나 '대략 난감이다'로 몰아가는 것. 원격근무용 스마트워크센터와 영상회의 시스템 정비는 뒷전인 것. 건더기도 없이 물색없이 따지는 태도에 어련무던하던 충청도말에는 속도가 붙는다.
물론 강약, 고저를 얼마든지 조절할 줄은 안다. 세종청사에서 첫 외빈을 접견한다는 뉴스를 접할 때도 말이 차분해지지 않았는가. 세종시 중심의 행정! 말만 듣고 충청도 말은 물 흐르듯 온건한 평균적인 빠르기를 되찾는다. “낳았으니 책임져라”가 아니다. 세종시는 서울의 데칼코마니가 아닌 세종시 나름으로 발전해야 한다. 명품도시는 비효율 해소로 품질을 얻어야 가능하다. 토끼는 '늘 깡충깡충', 거북이는 '늘 엉금엉금' 하며 비교본능만 자극하지 말고 말이다. 듣기 좋은 타령도 삼세번이다.
대안다운 대안 하나 없는 비효율 타령은 전파 낭비, 지면 낭비다. 행정부 일을 세종청사에서 처리한다는 기본 원칙, 목적에 대한 인식과 집단 에너지가 세종청사의 효율성을 키운다. '어디로 가는 배냐~' 세종시와 세종청사는 유행가 속 '황포돛배'처럼 정처 없어서는 안 된다. '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출항 목적과 종착지가 뚜렷한 '사공의 노래'의 그 배가 낫다. 못나고 못되고 모자란 듯 멸시만 한다면 앞으로 충청인의 말이 얼마나 더 빨라질지 모른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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