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공무원, 마음의 상처 모두 보듬어줬으면…”

  • 정치/행정
  • 충남/내포

“사회복지 공무원, 마음의 상처 모두 보듬어줬으면…”

점심식사 제때 못하고 바쁠땐 야근에 휴일도 없어 술취한 민원인 욕설ㆍ협박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 승인 2013-05-20 18:01
  • 신문게재 2013-05-21 2면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사회복지 공무원을 구하자-(하)현직 복지공무원에게 듣다

홍성읍사무소 이양의ㆍ송은지씨


홍성읍사무소 사회복지 공무원 이양의(30ㆍ복지8급ㆍ사진 왼쪽)씨와 송은지(24ㆍ복지9급)씨
홍성읍사무소 사회복지 공무원 이양의(30ㆍ복지8급ㆍ사진 왼쪽)씨와 송은지(24ㆍ복지9급)씨
“논산시 사회복지 공무원의 죽음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모릅니다.”

“사회복지 공무원 중에서 마음의 상처가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홍성군 홍성읍 사무소에서 여성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는 이양의(30ㆍ여ㆍ복지8급)씨와 송은지(24ㆍ여ㆍ복지9급)씨의 말이다.

이양의씨는 사회복지직 7년차다. 관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한 복지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관리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627가구 900명, 차상위계층 624가구 1000명 등 1251세대 1900명을 혼자서 관리하고 있다.

이씨의 하루 평균 상담 건수는 전화ㆍ방문을 합해 70건.

때문에 이씨는 점심식사를 제때에 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식사를 하다가도 민원인이 찾아오면 중단하고 상담을 해야만 했다. 방문자 대부분이 고령자여서 그냥 돌려보낼 수 없어서다.

지금은 많이 적응이 됐지만, 신참 때는 일년 내내 소화제를 달고 살았다고 한다.

일이 한창 바쁠 때는 밤 12시까지 야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가끔 술에 취한 민원인이 찾아와 욕설을 하거나 의자 등으로 위협을 할 때는 가장 힘들고 일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도 느낀다고 한다.

이양의씨는 “혼자서 개개인의 사정을 다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자주 현장에 나가고 싶지만 방문상담자 때문에 그럴수도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특히 “정부에서 수당 인상한 것은 경제적으로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줄거나 일이 주는 것은 아니여서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중고참을 읍ㆍ면ㆍ동에 배치하는 것도 시ㆍ군의 업무량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신규 직원이 더 편해지거나 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경력 7년차가 됐지만, 아직까지 현장에 나갈 때가 가장 두렵다. 혹시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경력 1년차인 송은지씨는 신참 사회복지 공무원이다. 기존 바우처에다 올해부터 보육 업무와 초ㆍ중ㆍ고 학생교육비 지원 업무 지침이 바뀌면서 일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까지 학교에서 하던 학생교육비 지원 접수가 읍ㆍ면ㆍ동으로 넘어왔기 때문.

이씨는 올해 2~4월 사이에는 너무 바빠서 휴일은 물론 하루도 쉬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죽음을 선택했던 논산시 사회복지 공무원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송은지씨는 “논산 사건을 접했을 때 저도 같은 생각을 해봤던 사람으로서 한편으로 이해가는 부분이 많았다”며 “타 시도가 아닌 충청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해 남일 같지 않았고 하루종일 우울해 했었다”고 전했다.

사회복지 공무원인 이들은 수당 인상과 거창한 대책보다 “수고한다”는 따듯한 말 한마디를 원하고 있다. <끝>

박태구 기자 hebalak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