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오성철강 회장 |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 현실 속에서 수십 번의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낙방하면서, 아파하고 성숙해가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관련 자격증을 10개 이상 취득해서 입사한 직장에서는 별 쓸모가 없었다는 선배들의 조언도 그들에게는 또 다른 절망감을 안겨주는 듯 보였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휴학을 반복하다 7년 만에 의상디자인을 전공해서 졸업한 한 학생은 국가가 일부 지원해주는 조그마한 의류가게에서 자신의 꿈과 미래를 이야기한다. 20대 초반까지 부유한 집안의 유학생이던 어느 잘생긴 젊은이는 집안이 어려워져서 한국에 귀국해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한 뒤에야 29살에 회계사 시험을 준비중이다.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오전 8시 이전에 또 학원으로 나가는 등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비춰진다. 여러 차례 승무원 시험에서 낙방한 어떤 젊은이는 4~5명이 함께 모여 그룹스터디를 하면서 서로의 자세를 교정해주는 등 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다양한 청춘의 모습에 젊은 시절 작업복을 입고, 열심히 뛰어다니던 20~30대 모습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작업복을 평상복처럼 입고, 아침 일찍 공구상점 문을 열고, 고갯길 넘어 자전거 배달을 다니던 젊은 시절이 불현 듯 떠올랐다. 소달구지로 철재류를 나르던 시절이 있었고, 부산 등을 오가며 조그만한 트럭에서 이불을 덥고 밤을 새워 대전까지 오던 기억도 잠시 떠올랐다. 경험과 연륜이 부족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나는 할 수 있다” 라는 의지로 수십번 넘어져도 또 일어났다. 아픔과 설움은 소주한잔으로 삼켰고, 남들보다 열 번 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선친의 말씀을 믿고 그대로 실천했다. 40년 넘게 외길을 걸어온 철강사업도 그러한 땀과 열정에서 비롯된 듯 하다.
수십년 동안 신입사원 면접을 직접 하는 필자는 사람을 보는데 몇 가지 중요시 하는 것이 있다. 업무능력은 나의 판단기준에서 첫째도 아니고 둘째도 아니다. 첫째는 젊은 시절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한 자를 높이 평가한다. 실패를 경험했어도 진심을 다해 노력한 사람을 높이 산다. 실패를 경험하면서 젊은이들은 강해지고, 배우는 것이 많아진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인성이다. 인성이 바르면 행동이 바르고, 윗사람을 공경할 줄 알면, 아랫 사람도 배려할 수 있다. 인성이 바른 사람은 표정과 글씨에서도 그 품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친화력과 적극성 등도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그런 후에 업무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본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젊은이들의 생각과 고민과 꿈, 열정을 언뜻 보았는데, 한편으론 뿌듯한 생각도 들었다. 젊은이들의 노력과 고생이 훗날 좋은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그 노력의 진심은 면접관들이 다 알아보기 마련이다. 건성건성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과 땀과 노력, 열정으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은 눈빛과 말투, 자신감에서 차이가 난다. 젊은 시절의 고민과 방황은 꿈과 열정 속으로 녹아들어가기 마련이다. 젊은이들이 취업이 어려워지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은 어쩌면 여타 선진국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일련의 과정이지만, 그래도 우리 젊은이들은 세계 속에서 더 큰 꿈을 키우고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다시 한번 도전하길 기대해 본다. 그 힘이 우리나라를 살리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 지역 젊은이들도 더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면서, 러시아 푸시킨의 시를 다시 한번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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