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달우 충남경찰청 보안과장 |
세계화 추세와 함께 한국여성의 미혼·만혼화에 따른 국제결혼의 증가로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또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력 감소 문제를 해소하고자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 외국인 주민이 150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같은 다문화 추세는 향후 지속돼 2020년 270만 명으로, 총인구 대비 체류외국인 비중은 2.3%에서 OECD 국가 수준인 5.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문화 사회에서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서로 다른 문화권 출신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다. 편견과 차별은 다문화 가정 등 외국인들에 대한 인권침해나 범죄 피해가능성이 커져 사회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혼 이주여성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어려움은 대략 세 가지다.
가정에서 한국말을 모른다거나 정서차이로 당하는 가정폭력. 학교에서는 자신의 자녀가 피부색과 말이 다르다는 이유로 받는 따돌림. 일터에서 외국인 여성 근로자가 차별이나 인권침해를 당해도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다문화 시대에 살며 우리는 다양한 인종 유입에 따른 문화ㆍ종교 간 차이가 한국사회의 정서ㆍ법질서와 충돌하는 등 갈등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또 다문화 2세대가 경제사회적으로 열악한 지위를 대물림하며 잠재적인 빈곤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향후 프랑스 방리유(Banlieue)와 같이 상류사회와 격리된 게토(ghetto)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다문화 정책이 '한국문화는 갑이고 외래문화는 을'이라는 이분법적 인식 아래 외래문화는 한국문화라는 용광로에 흡수되어 녹여져야 한다는 '용광로적 사고'였다면, 이젠 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마치 서로 다른 과일이나 채소들이 각자의 특성을 유지한 채 하나의 독특한 맛을 내는 '샐러드 볼'처럼, 각자의 다양성이 유지되고 존중받는 사회로 가야 한다. 외국에 거주하는 해외동포도 낯선 이국에서 살면서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바로 차별이나 편견이라고 한다.
빅토르 위고는 “고향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순진한 초보자다. 모든 땅을 자기 고향으로 보는 사람은 이미 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하나의 타향으로 보는 사람은 완벽하다”고 말했다. 한국인도 또 다른 사회에서는 이방인일 뿐이니 빅토르 위고의 말을 되새겨 볼만하다.
현재 경찰은 성폭력ㆍ가정폭력ㆍ학교폭력ㆍ불량 식품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이 같은 4대악(四大惡)이 사라지면 네 가지 즐거움(四)이 찾아올 수 있다.
즉, 가정폭력이 없어지면 가정이 화목하니 일락(一)이요, 학교폭력이 사라지면 배움터가 즐거우니 이락(二)이다. 성폭력이 사라지면 여성들이 웃으니 삼락(三)이고, 불량 식품이 없어지면 우리 몸과 사회가 건강해지니 사락(四)이다.
국민만 아니라 사회안전 인프라 틈새나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있는 다문화 가정도,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도,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이상 네 가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도와줘야 한다. 마음을 열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서로 본다면 우리가 모두 서로 다름을 인식할 수 있는 즐거움이 충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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