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
스시의 세계화 성공은 서구인들의 동양 문화에 대한 동경과 향수를 기반으로 오리엔탈적인 스시의 재창조, 그리고 스시 경제(Sushi Economy)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일본의 품격 마케팅이 가미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미국 음식 문화의 저렴한 이미지와 차별화를 두고 미국의 상류층을 겨냥하면서 스시의 품격 마케팅은 미국에서 상류사회를 대변하는 문화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한 것이다.
일식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는 서양 음식에 비해 풍부하고 다양한 야채와 재료를 쓰는 동양 음식에 대한 환상과 맞아 떨어지면서 스시의 인기가 치솟은 결과이기도 하다. 심지어 미국 상류층에서는 젓가락 사용 능력이 고상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소문이 나면서 할리우드 배우와 부자들이 베벌리 힐스 최고급 일식 레스토랑을 즐겨찾기까지 했다.
이후에도 스시에 대한 선호는 미국의 일반 대중까지 확대되면서 '일식은 고급이다'라는 이미지가 먹힌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스시는 유럽을 시작으로 같은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친근한 맛과 깔끔한 디자인을 무기로 기호(嗜好)식품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제 스시를 먹는 다는 것은 세계인의 삶을 향유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주는 상징물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화에 성공한 스시는 한국에서도 고급스럽다는 이미지와 함께 대형마트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스시를 팔고 있어 청소년들도 쉽게 즐기는 대중적 음식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김치 경제(Kimchi Economy)는 불가능한 일일까?
'스시' 하면 단번에 일본이 떠오르듯이 한 국가 혹은 민족 음식의 마스코트는 나라를 대표하며 그 나라 음식을 홍보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우리나라 역시 불고기, 삼계탕, 김치 등 한국을 대표할만한 다양한 메뉴를 가지고 있지만, 세계인들에게 한식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우리의 젊은 세대는 서구 문화에 익숙해 있어서 전통 한식을 촌스럽고 비현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한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 역시 줄어들면서 제대로 된 한국의 전통 음식을 접할 기회와 정보가 줄어드는 것이다.
둘째, 한식의 상차림은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이 볼 때에 과다한 반찬 수와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공동식기 사용 등으로 한식의 고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게다가 음식의 대부분이 뜨겁고 자극적이어서 한번은 괜찮아도 두 번 세 번 식사하기에는 부담을 느낀다.
셋째, 해외에 진출해 있는 한식 음식점들의 영세한 규모는 경영전략이나 서비스, 음식점 간의 네트워크 구축 등에 취약해 한식 자체의 이미지를 격하시키는 부정적인 원인이 된다.
다행히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웰빙(well-being)과 슬로 푸드(slow food)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한식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
마치 막걸리가 일본에서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역수입되어 한국에서 유행했듯이, 한식 역시 생각 외로 많은 외국인들이 마니아를 자청할 만큼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1960년대부터 정부주도로 자국음식의 세계화를 추진한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상당히 늦은 감은 있으나,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세계 5대 음식을 목표로 '한식 세계화추진전략'을 발표하고 다양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기업에 의한 한식의 전통음식 개발을 통해 '한식의 한류'(韓流)가 또 다른 한국의 다이내믹을 보여주는 기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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