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학벨트 사업에 확고한 태도를 보여줘야 주민들도 농사를 짓든 다른 일을 찾을 게 아닙니까. 몇 년 째 이 일이 반복되는지 답답할 뿐입니다.”
국회가 추경 예산안에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300억원을 반영했지만, 표리부동한 정부의 태도 탓에 지난 18일 만난 신동지구 주민들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엿보였다.
주민들은 과학벨트 사업이 몇 년째 지지부진해지자 환영했던 초기 분위기와 달리 손해를 입고 있다고 불만과 고통을 호소했다.
강석산(61) 신동 1통장은 “과학벨트 사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애매해 농사가 시작돼야 할 시기임에도 주민들이 농사를 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주민들 심정도 마찬가지.
주민들은 최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고 지원을 약속했다가 재차 해명 자료를 낸 것에 대해 질타도 쏟아냈다.
손홍배(61) 신동 2통장도 “먹고사는 일이 농업이라 농기계를 구입하고 묘판도 사야 하는데, 사업 시작되면 다 소용없는 일 아니겠느냐”며 “정부의 오락가락한 태도는 주민과 지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과학벨트 사업 목적에 동의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주민들에 대한 대책 하나 언급하지 않는 데 우려감도 표시했다.
한 주민은 “돈 많은 외지인이야 투기한 땅을 통해 큰 수입 얻겠지만, 원주민들은 터전을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사업 보상절차에 원주민 이전 계획 등은 마련돼 있느냐”고 반문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 신동지구 일원에는 약 50여 가구 이상의 새 입주민들이 들어섰다.
본래 신동 1·2통에는 130여 가구의 원주민이 살고 있었지만, 과학벨트 사업 추진 소식에 투기목적에 외지인들이 몰려들며 현재는 200가구에 달하는 수준이 된 것.
하지만, 새 입주민들은 일주일에 한·두 차례 서울과 경기 등지에서 내려와 잠시 머물다 갈 뿐, 마을에 정착하려 하거나 주민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또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사업 착수 때 받게 되는 보상금을 높이고자 각종 유실수 식목과 비닐하우스 설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단속 필요성을 제기했다.
강석산 통장은 “근래 농지에 연산홍과 매실, 블루베리 등 과일나무를 심거나 비닐하우스가 새로 지어진 것이 많다“며 “과학벨트 사업이 시작되면 보상을 많이 받으려고 지었지만, 제대로 작황이 심어진 곳은 열에 두세 곳에 불과하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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