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근본 목적 달성이 아닌 정부가 지자체와 사업비 부담을 놓고 말바꾸기와 힘겨루기를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대전시에 주는 실질적인 경제유발 효과는 작은 반면 기반시설비용, 투자비용과 부지매입비까지 부담이 주어질 경우 대전시 입장에서는 장점이 없다.
다만 기초과학 육성이 먼 미래에 융합과학 발전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실제 부지매입비 부담을 제외하더라도 대전시가 과학벨트 조성을 위해 지원해야 하는 기반투자비용은 1910억원에 이르고 있다.
직접적 시설만 하더라도 오폐수 처리시설에 20억원, 생활및 공업용수 지원에 75억원 등 95억원이 투입된다. 간접적으로는 회덕 IC 건설에 650억원, 화암교차로 120억원, 대전역~와동 BRT 사업(과학벨트 연결) 980억원, 외국인학교 이전 65억원 등 1815억원을 들여야 한다.
정부는 이같은 기반 시설비 투자를 '당연한 투자'로 보고 있고 여기에 부지매입비 일부 부담을 주장하고 있다. 당초 과학벨트가 들어서는 부지는 산업단지개발이 예정돼 있던 지역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당장 고용창출과 경제유발 효과가 있는 산업단지개발과 기업유치가 현실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심사를 거쳐 대전을 과학벨트 기초과학연구원 설치 부지의 최적지로 선정했고, 대전시는 산업단지 부지를 내준 셈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부지매입비 부담에 대한 입장이 강경한 만큼 명분을 찾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대전시가 당장 한꺼번에 돈을 내지 않고, 사업자인 LH를 통해 장기적으로 일정부분 갚는 방식과 지자체 개발사업을 LH에 대체해줘 이익을 남기도록 하는 방식 등이다.
토지대체 방식과 관련해선 엑스포 과학공원 부지를 대체부지로 제공하라는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전의 상징이자 20여년간 시민들의 공원으로 자리매김했던 부지를 기초과학연구원을 위해 제공한다는 것 역시 시민공감대 형성이 어려우면서 현실성없는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것이 대구시가 첨단의료 복합단지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지제공을 약속했고,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 현재는 재정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당장 과학벨트사업 추진을 위해 대전시가 부지 매입비 부담을 약속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지방채 발행밖에는 대안이 없고,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만약 정부에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자체 부담을 요구한다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여론수렴 과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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