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지금까지 중소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수탈을 막기 위한 조치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절이 안 된 것은 관계기관의 봐주기 식 처벌과 그들의 윤리성 결여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마치 우리나라 정치가 부패하는 이유가 법이 없어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개개인의 도덕성이나 윤리의식이 박약하기 때문인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롯데백화점 매장 직원의 투신자살,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폭언사태 등은 본질적으로 인륜과 도덕의 부재에서 비롯된 사건들이다.
따라서 프랜차이즈법안을 비롯하여 현재 대기 중인 경제민주화법들 역시 대기업들이 윤리의식을 회복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100% 실천되기 어렵다. 즉, 슈퍼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후려치고도 입막음을 강요하면 중소업체는 다음 납품을 위해 꼼짝없이 대기업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는 윤리경영 의식이 확립되어 있어야 실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윤리경영을 요구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부분의 국가경제 위기가 기업의 경영 투명성 결여, 정경유착, 공무원의 뇌물수수 등 부도덕한 경영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경영권 편법승계 문제에서부터 상사의 부하 직원 폭압,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변명에 이르기까지 기업경영 전반에 있어서 보다 정직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윤리경영이란 인간존중의 가치를 경영의 우선순위에 두고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또한 기업이 경제적, 법적, 윤리적 책임은 물론 자선적 책임까지 수행함으로써 사회로부터 호응받는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다. 이것은 기업의 사유화보다는 공공성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공적 책임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가치의 변화다.
우리나라는 2005년에 이미 정부, 기업, 정치권 및 시민단체가 반부패투명사회협약에 서명함으로써 윤리경영의 기틀을 만든 바 있다. 그것은 기업 내부적으로는 근로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인간주의적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사회의 전폭적 지원과 고객들의 지속적 공헌을 통하여 소비자들의 신뢰 제고와 매출증가를 가져오자는 취지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당연한 문화와 가치로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비윤리적 경영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인권유린은 여전하고 환경문제는 답보상태다. 밀어내기와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것은 경영자들이 너무 단기실적에 매달려 있는 결과다.
게다가 관계 공무원들의 유착과 무조건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비이성적 구매행태도 한몫을 하고 있다. 기업의 윤리성 확립에는 무엇보다도 엄정한 법 집행과 소비자들의 구매거부와 같은 냉정한 회초리가 가장 효과적이다.
벌써 여름이다. 여름에는 식품업체가 소비자들에 대하여 '갑'이다. 한국 식품업체들의 윤리의식은 세계적으로 바닥권이다. 여기에 감독관청의 법 집행의식은 흐릿하여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올 여름에는 과연 무슨 식품위생 관련 사고가 터질지 겁부터 난다. 이참에 정부가 식품안전사고라도 확실히 잡는다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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