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4월 8일 오전 2시께 아산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건재고택에 주차된 미래저축은행 회사 소유인 자동차 유리를 깨고 현금 56억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다.
피의자가 훔쳐간 돈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비자금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씨가 훔쳐간 거액의 현금은 A4용지 10개 상자에 담겨 있었다.
범행 후 김씨는 경남 거창의 한 야산에 훔친 현금을 묻어놨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금다발이 묻힌 야산도 10여년전 쯤 전에 김 전 회장이 소유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훔친 돈은 동거녀 생활비로 보내주거나 자신의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점에서 현금만 거래하는 등 VIP 대우를 받으며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김씨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지난해 10월 거창의 야산에 숨겨놓은 현금을 다시 경기도 분당의 한 오피스텔에 숨겼다. 김씨는 경기도 분당에 2곳, 강원도 춘천에 1개의 오피스텔을 빌려 생활했다.
김씨는 내연녀 송씨와 통신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자가용이 아닌 영업용 택시만 이용하며 경찰 추적을 피해왔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고 내연녀에게도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 카드 대신 현금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에는 청주공항에 자신의 자동차를 버리고 가며 경찰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김씨는 얼굴에 보톡스 시술을 받는 등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경찰은 김씨의 은신처에서 현금 약 32억원을 압수조치했다. 김씨가 사용했다고 진술한 돈 등 총 24억원의 행방을 찾고 있다.
피의자 김씨는 김 전 회장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아산에 있는 김 전 회장의 건재고택 관리를 맡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최측근이며 친구인 김씨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미래저축은행, 김 전 회장의 상황이 어렵게 되자 자신의 몫을 챙기고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본다. 나머지 돈의 행방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수·아산=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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