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논산에서 사회복지 공무원 한 명이 목숨을 끊었다. 용인, 성남, 울산에 이어 올해만 벌써 네번째 죽음이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잇따른 죽음 선택은 감당하기 힘든 업무 탓이다.
기존 사회복지 업무에다 최근 몇 년 사이 복지정책이 폭주하면서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등 과중한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업무환경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에 따라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본보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유와 개선방안의 문제점 등을 점검해 봤다. <편집자 주>
▲잇따른 자살=지난 15일 논산시 덕지동 인근 호남선 철길에서 논산시 소속 사회복지 공무원 김모(33)씨가 용산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숨졌다.
지난해 공무원에 임용된 김씨는 논산시 사회복지과에서 동료 3명과 함께 1만명이 넘는 논산 지역 장애인 주거시설 운영비와 단체 사업비 등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과중한 업무로 김씨는 지난 2월부터 하루도 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일기장에 “나에게 휴식은 없다. 아침이 오는게 두렵다”고 적었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가 업무과중으로 인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울산의 A(35)씨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올해만 전국에서 4명의 사회복지 공무원이 생을 달리했다.
사회복지 공무원의 잇따른 자살은 퇴근 후는 물론 휴일도 쉬지 못할 만큼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감당 못할 업무 강도=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업무강도는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기본 업무는 사회복지사업 계획을 수립·집행·관리하며, 복지 분야 정책수립과 집행 업무를 담당한다. 또 사회문제와 복지에 관련된 각종 상담업무를 비롯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노인문제, 장애인문제, 아동복지 등 각 계층별 복지 증진을 위한 복지정책 업무를 맡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무상보육을 비롯해 교육청 초·중·고 교육비 신청 및 관리, 각종 바우처 업무 등이 신설됐다.
사회복지 공무원 한명이 관리할 대상자가 터무니없이 많은 점도 업무 강도를 높이고 있다.
충남도와 15개 시·군의 사회복지 공무원은 1315명(사회복지직 771, 행정직 544)인데 반해 관리 대상자는 49만7000명으로, 1명당 657명을 담당하는 실정이다. 도 사회복지 공무원 정원 1395명에 현원은 1315명으로 80명의 결원이 발생, 증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나라 복지는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복지재정은 45%, 복지제도 대상자는 15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의 경우 복지관련 예산은 전체 예산의 26%인 1조1908억원에 이르고 있다.
도의회 맹정호(서산) 의원은 “중앙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이 증가하면서 지방정부와 사회복지 공무원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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