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명품족… 구매자 30% 할부금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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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명품족… 구매자 30% 할부금 인생

37% “돈 모자라 짝퉁 고려”… 중고품에 눈돌려 품질만족도 낮아… 불황에도 84% “계속 사겠다”

  • 승인 2013-05-16 14:02
  • 신문게재 2013-05-17 12면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1 주부 A씨는 얼마전 400여만원에 달하는 고급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 주변 친구들도 하나쯤은 갖고 있어 1년간 남편을 조른 끝에 얻은 성과물이었다. A씨는 “해외 명품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긴다”며 “경제 형편에 비해 과하지만 오래 사용할 수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2 6개월 전, 직장인 B씨는 500만원에 달하는 고급 명품 시계를 할부로 샀다. 워낙 고가여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매달 할부로 결제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카드 할부금 때문에 친구들과의 만남도 멀리하고 생활비 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고가의 해외 명품에 대한 무조건적 선호 풍조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상당수 대학생도 명품족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일부는 돈이 부족해 소위 짝퉁을 구매하고, 중고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값비싼 명품 구매자 3명 중 1명은 할부금 갚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할부금 때문에 밥값도 부족=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20세 이상 수입명품 구매자 500명을 대상으로 구매행동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9.8%가 '할부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37.5%는 '돈이 모자라 짝퉁 구매를 고려해 봤다'고 답했으며 '돈이 없어 중고품 구매를 생각해 봤다'는 답변도 24.3%에 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고가 사치품 시장이 지난해 5조원을 넘는 등 국내 명품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무리하게 남을 따라 명품을 사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불구, 명품 구매 줄지 않아=최근 2년간 해외명품 구매 횟수에 대해 '줄었다'는 답변은 24.0%, 반대로 '늘었다'는 응답도 23.5%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예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응답도 52.5%에 달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명품에 대한 선호 풍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구매 계획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4.8%가 '계속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다.

명품 구매 품목(중복응답)으로는 가방·지갑 등 가죽제품이 92.8%로 가장 많았고, 시계·액세서리 52.0%, 패션의류 36.0%, 구두 27.8% 등이었다.

▲가격 대비 제품 만족도는 낮아=해외 명품 가격에 대해 응답자 84.8%는 '품질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답해 가격 대비 제품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적당하다'는 답변은 12.2%에 불과했고, '낮은 편'이라는 응답도 3%에 달했다.

명품 구매시 가장 고려하는 사항으로는 '디자인'이 36.5%로 가장 높았고, '브랜드 명성' 26.3%, '품질' 14.5%, '가격' 13.8%, '희소성' 8.8% 등의 순이었다.

구매 장소로는 '백화점'이 40.0%로 가장 빈번했고, '공항면세점' 20.5%, '시내면세점' 11.5%, '온라인면세점' 5.5% 등을 차례로 꼽았다.

국내 명품 브랜드 육성 방안으로는 '국내 유망 브랜드의 디자인 및 품질 향상' 45.8%, '국가 차원의 명품 발굴 및 육성' 36.3%, '한류를 이용한 적극적 광고' 11.0%, '해외 유명 브랜드 인수' 6.5% 등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기침체에도 명품 소비가 위축되지 않는 것은 명품 구매가 이미 일상화된데다가 명품을 보다 수월하게 살 수 있는 쇼핑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명품은 소비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과소비를 조장하고 외화의 국외 유출을 부추기는 부정적 측면도 존재하는 만큼 무조건적인 해외 명품 선호보다는 경제적 수준에 맞는 합리적 소비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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