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을 사육하는 A씨가 새끼곰을 웅담(쓸개) 외에도 웅지(곰기름)와 가죽 등 가공용품 재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행정소송을 냈다. 새끼곰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는 야생곰과 전혀 다른 특수가축화된 곰이라는 게 그 이유다.
야생곰에서 증식된 곰의 용도를 가공용품 재료로 변경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은 건 법령상 근거가 없고, 재산권 침해이며,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게 A씨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이승훈)는 A씨가 국제적 멸종위기종(사육곰) 용도변경재승인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 판단을 그대로 인용해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미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생물 분류의 기초 단위인 동·식물의 '종'을 기준으로 지정된 것으로, 어느 특정한 상황에 놓인 동·식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 수입 또는 반입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부터 증식된 종은 수입 또는 반입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며, 처음에 수입 또는 반입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용도와 동일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 반달가슴곰의 웅담을 채취해 약재로 사용하는 것마저도 국제적으로는 물론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점도 감안했다. 특히, 인간과 야생 동·식물의 공존공생에 대한 언급은 주목할만하다.
재판부는 “웅지(곰기름)의 경우 곰의 신체 전부에 퍼져 있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살을 허용하면 사실상 곰을 완전히 분해해 처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사람과 야생동ㆍ식물이 공존하는 건전한 자연환경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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