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대전교원시니어 직능클럽 정책실장 |
학교에서는 해마다 장한어머니를 추천받아 표창한 일이 있었는데 2학년 3반 반장이던 경준 군의 어머니가 나의 추천으로 표창을 받게 되었다.
어버이 날 아침 나는 경준 군을 불러 물어보았다.
“괜찮겠니?”
“어머닌 걸 뭐 고맙지요.”
경준 군은 내 물음의 뜻을 알아차렸다. 곧 이어 시상식이 전개 되었다. 표창을 받는 어머니들이 호명하는 대로 단상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오고 운동장에 있는 조례대로 오르는 동안 직원들과 학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이들을 축하해 주었고, 금관악기로 조화를 이룬 밴드의 하아모니는 '뿡까뿡까' 교정에 울려 퍼졌다.
이어서 사회자가 경준 군의 어머니를 소개했다.
“다음으로 2학년 3반 오경준 군의 어머니 ○○○여사.”
경준 군의 어머니 이름이 불려지자 학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또 나왔다.
그러나 다음 순간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던 학생들은 “와-” 하고 웃기 시작했다. 일어서서 절룩거리며 내려오는 어머니가 당신의 앞발로 치맛단을 밟아 치마폭이 터졌기 때문이다. 절룩거리는 정도가 심했다. 웃어서는 안 될 분위기에 학생들이 웃어 버린 것이다.
사회를 보는 선생님이 조용히 하라고 여러 번 지시했는데도 학생들은 낄낄거리며 웅성거렸다. 무안하고 안타까운 순간이 교차되고 있었다. 교정에 모였던 교사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경준 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누구도 그의 다음 행동을 예기치 못했다.
반장 대열에 섰던 경준 군이 앞으로 달려 나가 계단을 뛰어 올랐다. 그리고 절룩거리며 내려오는 어머니의 허리를 부축하고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었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이를 본 학생들은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며 “와-” 하고 힘찬 격려를 보내 주는 것이었다.
시상이 끝나고 어머니가 다시 계단을 오르는 동안 경준 군은 한 손에는 상품과 상장을 끼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어머니를 부축해 자리로 모셔드린 후 자기 위치로 돌아와 태연히 서 있는 것이다.
모든 직원들과 학생들이 기념식을 중단한 채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또 한 번 힘찬 격려의 박수를 이들 모자에게 보냈다. 밴드부가 연주하는 트럼펫의 뿡까거리는 소프라노 소리도 박수소리와 어울려서 유성 시가지를 진동시켰다.
어머니 이름이 불려지기 전 많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보는 앞에서 절름거릴 어머니 모습을 상상하며 그는 얼마나 갈등을 느꼈을까.
그러나 그는 절름거리며 계단을 내려오는 어머니를 향해 당당히 달려 나갔던 것이다. 나는 이 모습을 바라보며 젊은 아들의 팔에 의지해 계단을 내려오는 어머니가 얼마나 행복하고 든든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수많은 사람의 조소 따위는 이들 모자에겐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남들의 조소를 무릅쓰고 어머니를 지키는 아들만 있으면 되는 것이고, 불구의 몸으로 나를 이렇게 성장시켜 주신 어머니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구태여 효를 말하고 싶지 않다. 입신양명을 해서 부모님 이름을 드날리게 하는 것도 효이고, 부모님께 먹을 것, 입을 것 해드리고, 효도관광을 보내드리는 것도 효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 앞에서도 자기 부모를 떳떳이 내세울 수 있는 용기야 말로 질(質)이 높은 효라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이 지났다. 지금도 그들은 '모자'라는 끈으로 꽁꽁 묶여 어디선가 힘차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참 보기 좋았던 어머니와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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