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수 한국한의학硏 연구원 |
산업적 측면에서 중국은 중약의 세계화를 위해 끊임없이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해 왔다. 1997년 국무원의 '중약현대화 과학기술산업계획'에서 시작된 중국의 중약산업 발전 계획은 중약현대화를 통해 글로벌한 중약신약을 개발함으로써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지원을 통해 중국은 현재 매출액 1조원이 훨씬 넘는 중약제약회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중약 중 하나인 '단삼적환'의 미국 FDA 3상 임상시험 진행 등 유망한 중약에 대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중의약 서비스산업에 대해서도 중국정부는 2012년 '중의약 서비스 무역발전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면서 전세계에 퍼져있는 약 4000만명의 화교를 바탕으로 중의의료기관, 중의학 대학 등을 활용해 의료 및 양생·재활서비스, 교육, 과학연구 등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중국은 세계 전통의학 강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2008년 세계 전통의학 보건체계 강화를 위한 선언인 WHO의 '베이징선언(Beijing Declaration)'이 채택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국제 표준화기구(ISO)의 전통의학 부문인 TC249 명칭을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으로 제안하는 등 전통의학 표준을 중의학 중심으로 이끌고 있다. 또한, 다국적 기업의 전통지식 사용 시 이익공유가 가능하도록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를 통해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통의학 종주국으로써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정치·문화적인 필요성 뿐만 아니라, 중의학에 대한 국제 브랜드를 구축하고 중의약 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하여 세계전통의학 시장 선점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다방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국의 중의학 세계화는 우리나라 한의학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다. 중의학은 한의학보다 앞서 세계 전통의학의 제품 및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문화적으로는 세계 전통의학을 중의학(TCM)의 범주로 포함시키려 노력하여 한의학의 세계적 브랜드화를 막아서는 것은 물론 정체성마저 흔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외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중FTA, 나고야의정서 등 국제적인 협약에 의해 중의학은 국내 한의학 시장도 진입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다행히 한의학 세계화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중의학에 대응할 한의학 세계화 정책 추진의 기회를 얻었다. 한의학 세계화를 위해서는 산업, 서비스, 문화 등 분야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첫째 취약한 한의약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보험확대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의료서비스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한방의료관광, ODA(공적개발원조)에서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셋째 허준, 대장금의 뒤를 이을 한의학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한의학만의 고유한 영역인 사암침, 사상의학에 대한 문화유산 등재 등을 통해 문화적 측면에서의 세계화도 추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의학 세계화를 총괄적으로 지휘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산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세계화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지속가능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의학 세계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중의학 세계화가 수십 년 전부터 계획되고 지원되어왔던 정책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 하에 중의학의 세계화는 실질적인 실력과 세계적인 경쟁력이 뒷받침되어 추진되고 있다.
중의학에 대응한 한의학 세계화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이 일관적으로 추진된다면 세계 전통의학 시장에서 한의학이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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