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이후 개발이 수차례 무산된 대전 중촌동 무릉마을 일대가 출입을 통제하는 철제 펜스로 둘러싸여 기약없는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
개발을 맡았던 시행사가 수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토지와 주택은 금융권 담보로 넘어가 펜스가 쳐졌고, 고물상과 폐자재창고 등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다.
주민들은 언제 찾아올지 모를 개발을 기다리며 무너지는 담에 버팀목을 받치며 힘겹게 보내고 있다.
도심속 하우스 재배지가 된 중구 중촌동 무릉마을 개발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동주택 개발붐이 불었고 대전역 원도심이나 둔산 신도심과 접근성이 좋은 무릉마을 일대는 최고의 개발지역으로 꼽혔다.
당시 중촌주공아파트옆 무릉마을 부지 8만㎡를 개발해 공원과 도로와 함께 공동주택 985세대를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마련됐다.
주민과 토지 등 소유자 90%가 동의해 개발은 눈앞에 다가오는 듯했다.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는 개발에 필요한 토지를 매입하지 못했고 시행사가 두번 바뀌는 곡절을 겪었다.
2005년께 등장한 세번째 시행사는 제2금융권에서 200억원을 대출해 부지매입에 나서 2만㎡를 매입하는데 성공했으나 또다시 흐지부지되면서 시행사가 사들인 토지는 제2금융권에 담보로 넘어갔다.
지난 17년간 개발이 진행되다 멈추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무릉마을과 인근지역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철제 펜스만 남았다.
금융권에서 담보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철제 펜스가 농경지뿐만 아니라 마을 주택에도 쳐져 눈살을 찌푸린다.
또 고물상과 폐자재 적재장이 하나둘씩 들어서며 마을을 둘러싸는 형태여서 도심속 어지러운 난개발을 초래하고 있다.
33가구가 모여 살던 무릉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떠나 현재 11가구가 남았다.
마을 진입로도 좁아 주택을 내놔도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없고, 떠나지 못한 주민들은 쓰러져가는 담에 버팀목을 받쳐가며 개발이 진행될 때를 기다리고 있다.
무릉마을 주민 배충석(73)씨는 “개발된다고 했다가 안되기를 반복하니 마을에 도로도 만들지 못하고 20여년 전에서 달라지는 게 없어 주민들이 많이 떠났다”며 “평당(3.3㎡) 100만원씩하는 주거지역인데 길이 없어 집도 짓지 못하고 하우스에 상추 기르는 농경지로 쓴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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