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전국 각지의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교회까지 선택할 정도로 보살폈던 터라, 이들 부부에게 무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 버린 상태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정신질환을 앓던 아들을 방치해 사망하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기소돼 징역형을 받았던 부부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연은 이렇다. 중고차 판매원인 A씨와 미용사인 부인 B씨는 사망 당시 23세인 아들이 2008년 군복무 기간과 제대 후에 정신질환을 앓아 병원과 한의원 등에서 입원치료와 약물치료를 받게 했다.
하지만, 상태는 갈수록 악화됐다.
결국, 모 교회 목사까지 만나 상담을 받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도리어 폭행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어버이날 다음날, 아들은 어머니의 얼굴 전체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한 후 병원을 거부하고 목사를 만나자고 하면서 부부와 아들은 교회에서 기도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들은 자신의 머리를 벽에 박고 주먹으로 자신의 몸을 때리는 등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고 지난해 5월14일에는 아버지까지 폭행했다.
부부는 아들을 제어하기 위해 손과 발을 압박 붕대와 천 등으로 묶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손과 발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느슨했다. 그런 후 단식을 시작했다. 3일 후 아들의 기운이 빠지자, 붕대와 천을 풀고 목욕시킨 후 음식을 권유했지만, 아들은 물만 마셨다. 쉬는 아들을 두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예배당에서 3시간 동안 기도를 한 후 돌아왔더니 아들은 숨을 쉬지 않았다.
검찰은 부부를 유기치사죄로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에서 3일간 굶은 아들에게 영양공급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유기치사죄를 적용해 부부에게 각각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오직 자식인 피해자의 정신질환을 낫게 하려는 의사로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보호·치료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점 등 피고인들에게 단순유기죄나 그 성립을 전제로 하는 유기치사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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