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용 대전법동초 교장 |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로 발령받은 것은 알고 있었는데, 교장 선생님으로 가신 줄은 이제야 알았습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저는 아들에게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선행을 왜 하느냐며 네 할 일이나 잘하라고 혼내곤 했었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다친 친구를 부축하고 가는 제 아들의 모습을 찍어 카페에 올리셨을 때, 제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대전성룡초등학교에 계실 때에 두루두루 안팎을 잘 살피시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저희 아이는 아주 잘 지냅니다.”
금년 2월까지 교감으로 근무했던 대전성룡초등학교의 한 학부모가 5월초에 올린 글이다. 그러니까 2012년 9월 어느 날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발목에 깁스한 친구를 부축하고 급식실에서 나오는 아이를 발견했다. 너무 기특했다. 칭찬한 후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뒷모습을 담아 카페에 올렸더니 어머니께서 보시고 무척 기뻐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잊지 않고 축하글까지 남기셨다.
“샘, 스승의 날이 얼마 안 남았네요. 13세 소년에서 벌써 30년이 흘러 40살이 훌쩍 넘어 샘을 다시 뵙고, 샘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옛 추억도 떠올리고 즐거웠습니다. 비록 갈수는 없지만 멀리서나마 글로 대신 인사드립니다. 샘 항상 건강하시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유국형)”
국형이는 30년 전에 경기도 안성에서 가르쳤던 제자다. 지금도 30년 전에 가르쳤던 제자들과 자주 연락한다. 작년에는 제자들의 초청으로 안성에서 1박 2일을 했고, 이번에는 필자가 사는 대전으로 11명의 제자들이 딸이나 아내를 데리고 와서 1박을 하고 갔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던 5월 13일 월요일, 출근하여 자리에 앉으려는데 자그마한 상자가 눈에 띄었다. 포장지를 뜯었다. 18K도금을 한 휴대폰고리와 배지가 있었다. 어른 글씨의 카드도 있었다.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널목에서 아는 척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수민”. 학부모 같아 학생 명부를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궁금했다. 간부회의에 참석하셨던 교감 선생님께서 작은 선물상자 못 봤냐며 2학년 김수민의 어머니께서 놓고 간 것이라고 했다. 수민이는 횡단보도에서 교장 선생님을 뵐 수 없었다며 눈물까지 글썽였다고 했다. 교무부장님은 수민이네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 어떻게 교장 선생님 선물을 살 생각까지 했는지 모르겠다며 놀라셨다. 어머님께 감사 전화를 드렸다. 수민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였는데, 요즘은 빨리 학교에 가자고 보챈단다. 아이가 아버지나 엄마보다 교장 선생님을 더 좋아한다며 자식을 교장 선생님께 뺏긴 것 같아 서운하다고 하셨다. 편지글은 엄마가 아이의 말을 받아 적었다고 했다. 인사치레인 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학생들을 더욱더 사랑하고 보살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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