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지방부장(부국장) |
영화 '파파로티'는 성악천재 건달학생과 큰 형님보다 무서운 선생님이 만나 겪는 실화다. 한 때 잘 나가던 성악가였지만 지금은 촌구석 예고의 음악 선생인 상진은 건달학생을 가르쳐 콩쿠르에서 입상하라는 학교측의 미션을 받는다. 하지만 일찍이 주먹세계에 입문한 건달학생인 장호는 '파바로티'의 이름 하나도 제대로 모르는 건달이지만 성악가가 되고픈 꿈만은 잊은 적 없다. 선생 상진은 이런 학생을 가르쳐 주긴 커녕 툭하면 사사건건 무시하다가 천상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서 장호의 재능을 알게된다. 이때부터 교사의 본능이 나타나면서 제자로서 자격을 주고 심혈을 기울여 가르친다. 그래서 결국 콩쿠르에 나가지만 우여곡절끝에 외국유학을 가게하고 성공한다는 스토리다.
영화 '홀랜드 오퍼스'도 잘 알다시피 30년간 제자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은 한 음악 교사의 감동적인 이야기다. 홀랜드는 교직에 대해 깊은 뜻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생업을 위해, 그것도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 교사자격증을 땄는데, 결국 늦은 나이에 교사가 된다. 4년 정도 일하고 그 뒤로는 그가 좋아하는 교향곡을 작곡할 생각이었지만 그의 인생은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침묵과 무관심, 무성의로 일관되는 수업, 빽빽한 시간표, 구제불능의 오케스트라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무관심, 교장의 준엄한 비판, 동료 교사의 이야기 등에 자극을 받아 작곡보다는 교육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교장은 학교의 재정문제로 인해 예능과목을 폐지하게 되고 홀랜드는 창조적 예능교육의 중요성을 학교 이사회에서 항변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홀랜드가 학교를 떠나던 날 그에게서 음악을 배웠던 졸업생들이 교향악단을 구성해 홀랜드가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아메리카 교향곡'을 연주한다. 이 장면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이 영화는 현재의 음악교육 시스템과 맞물려 음악교육자의 자세와 교육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학생들과 호흡하면서 사랑으로 그들을 키워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교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침반처럼 방향 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 때문인지도 모른다.
홀랜드가 그의 학생들에게 나침반에 되어 준 것과 같이 교장선생은 그의 나침반이 되어줬다. 한 명의 교사가 제자 백 명에게 제대로 된 나침반 역할이 되어준다면 미래 사회를 바꾸는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단지 지식만을 알려주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아이들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것, 교사의 유능함을 기뻐하기보다는 비뚤어진 제자의 길을 바로 잡아 주는 것에 더욱 보람을 느끼는 스승이야말로 진정한 참스승이다.
아이에게 선생이 아는 한 최선을 다해 가르쳤으나 아이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어 내지 못했을 때 과연 교사의 책임은 어느 정도일까. 영화'홀랜드 오퍼스'는 교사의 잘못이라 말해준다. 교사 나름대로 자신은 최선을 다했을지 몰라도, 수업을 받아들이는 대상인 아이에게 학습 효과가 없었다면 가르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교향곡을 연주할 때, 음색도 모양도 성질도 모두 다른 악기들이 지휘자 한 명에 의해 정말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아이들의 흥미와 성격, 재능은 모두 다르지만 훗날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 조화롭게 살아가게 하려면 선생님의 지휘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오케스트라를 훌륭히 이끄는 마에스트로가 돼야 한다. 또 백 사람의 발걸음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결정짓는 나침반이 되는 것도 참스승의 몫이다. 참스승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학부모가 참스승으로 존경하지 않는다면 참스승은 나올 수 없다. 아이들에겐 부모가 거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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