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현 대전시의원(민주당 비례대표) |
이런 의미에서 미국까지 가서 헛짓을 하고 줄행랑을 친 윤모라는 자와 관련된 청와대의 초기 대처는 대략 난감이다. 이 일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할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향한 청와대 참모들의 사과는 정치적 미숙함이라기 보다 국민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로 보인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청와대 참모진들은 그들의 갑이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이라 여기고 있다. 누구에게 사과할 지 모르는 사과는 분노만 증폭시킨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과를 통해 미국측에 수사협조, 관련자 책임, 공직기강을 재확립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고치고 청와대나 정부가 진정으로 모셔야 할 분은 국민임을 각성하는 시점!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지금 이 시점'을 놓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전시도 지금,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점에 있다.
지난 금요일 대전MBC 시사플러스는 '핵기지 대전, 불안한 시민'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이 방송을 보고 어떤 분은 페이스북에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사실이냐?'고 반문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대전시민들이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핵기지 대전'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핵 관련기관의 안전에 대한 일방적 홍보와 정보차단, 규제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미온적 대처를 해 온 대전시의 태도가 핵기지의 규모를 키워왔다. 대전은 원자력발전소 인근지역도 아닌데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핵폐기물이 저장되어 있는 곳이다.
이것 뿐인가. 한전원자력연료주식회사는 전국 23기의 원자력발전소에 연간 550여t의 핵연료를 공급하는 생산공장인데 여기에 연간 250t의 핵연료를 더 생산할 세번째 공장을 증설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한전원자력연료가 별도의 도로를 개설하자, 주민들이 공장증설 의혹을 제기했고 처음에는 부인하던 한전원자력연료는 1, 2년전부터 시설확장에 대해 수시로 이야기해 왔고 홈페이지 등에 게재되어 있어 숨기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과 대전시민에게 그 어떤 설명도 없이 그들만이 보는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그들끼리 정보를 나눈것을 공개한 걸로 하자니 기막힌 태도다.
대전시 역시 2009년에 공장증설을 목적으로 한 토지변경신청을 허가해 줬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의견수렴 절차는 단 2주 동안 지역 일간지에 게재한 것이 전부라 하니 핵시설 관계자만 탓할 일도 아니다.
물론 대전시는 원자력연구원 부지내 핵시설을 규제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그러나 대전시는 대전시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권한보다 의무가 더 막중하다면 시민에 대한 의무를 방패삼아 규제기관에 준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원자력연구원 부지 반경 3km이내에 대규모 주거지역이 있고 방사능 누출 시 영향권인 반경 30km안에 153만 대전시민이 살고 있다.
대전시 입장에서도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대전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막중한 의무감으로 핵관련시설의 독주를 막고 핵연료 증설은 백지화하고 취약한 방사능비상계획구역도 확대하고 연구시설이라는 핑계로 미약한 규제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핵관련 연구자들은 간혹 원자력에 대한 시민들의 무지가 공포를 확산시킨다고 주장한다. 공포는 시민들에게 통제받지 않는 과학기술로 인해 발생하고 그 공포를 막는 방법은 필요한 규제와 그 규제가 잘 지켜지는지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자, 153만 대전시민이 있다. 대전시는 떨지말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담대하게 나서시라! 때를 놓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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