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수염 없는 공자님의 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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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토크]수염 없는 공자님의 수염

  • 승인 2013-05-12 13:05
  • 신문게재 2013-05-13 21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공자와 노자는 수염이 없다. 공자, 맹자, 증자, 안자와 함께 동양5성이면서 공자 친손자인 자사(子思)가 증언을 남기고 있다. “할아버지는 수염과 눈썹이 없었습니다.”

공자의 초상화, 동상, 즉석식 복권에는 간달프처럼 긴 수염을 붙이고 있다. 지혜와 경륜의 기호로 넣기 시작한 '패션수염'이 진짜 수염 없는 공자를 밀어낸 셈이다. 두 성인의 만남과 에피소드를 그린 옛 벽화에도 수염이 없다.

수염 없는 노자가 수염 없는 공자에게 말한다. “훌륭한 장사꾼은 귀중품이고 뭐고 없는 듯 행동하고 덕성 갖춘 인간은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법이지. 그대 몸에 지닌 그 교만과 욕심과 위선 따위 다 버리시오.” 연상의 노자는 또 이렇게 훈계조였다. “언행을 삼가고 자기주장을 함부로 내세워선 안 되오.” 공자는 돌아와 말똥말똥한 제자들에게 털어놓는다. “질주하는 놈은 그물로, 헤엄치는 놈은 낚시로, 나는 놈은 활로 잡지. 용은 방법이 없어. 오늘 본 노자는 정말 용이더라.”

성현이라도, 어쩌면 성현이기에 사물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 소인배와 여자는 나 몰라라 하고 군자에게 적용하는 공자의 '서(恕)'를 장자도 우화적으로 비튼다. “새한테 술 먹이고 음악 연주해줘봐. 사흘 만에 죽지.” 장자는 새 기르는 방법이 아닌 '자기 방식으로 새 기르기'를 의심했다. 또 “육계나무는 식용이라 베이고, 옻나무는 칠에 쓰여 껍질이 벗겨진다. 모두들 유용의 쓰임만 알지 무용의 쓰임은 모르고”라며 유가를 꼬집는다. 유능한 사람은 육계·옻나무 신세를 못 면하며 별 볼일 없는 상수리나무가 도끼날을 피해 살아남는다. 쓸모없음의 큰 쓰임새를 강조한 것이다.

매사가 그렇거니와 돈도 잘 먹고(벌고) 잘 써야 한다. 공자가 관학 선생 할 때 연봉은 좁쌀 2000석 정도였다. 280명의 1년분 양식이다. 맹자가 받은 연봉은 공자의 100~150배를 능가했다. 그걸 얼마나 잘 썼는지는 모른다. 성리학자 정이는 “군자는 물질을 부리고 소인은 물질의 노예가 된다”고 경계한다. 거기에서 하나의 해답, 하나의 목표, 하나의 원인을 찾는 데서 탈이 난다. 돈뿐이겠는가.

사람도 잘 써야 한다. 7년 전 논설위원 윤창중은 칼럼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으로 묘사했다. 그런 그가 대변인이 되어 박근혜 대통령과 정권을 넘어 나라와 국민을 압축적으로 망신시키고 있다. 엉덩이를 쥐었건(grab) 안 쥐었건 국격에 안 맞는 수치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를 이제 우리가 원조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케네디 대통령을 찾아가 차관 원조 퇴짜 맞던 그 시절의 우리가 아니다.

힘세면 장땡인 전국시대나 현대의 정치에서나 적용되는 것이 공자가 강조한 경제력(食), 군사력(兵), 백성의 신뢰(民信)다. 특히 '민신'이다. 신뢰는 온 동네 도랑을 꾸정꺼리는 미꾸라지 한 마리로도 추락한다.

수놈 미꾸라지의 도주력은 그야말로 신출귀몰이다. 빗줄기 타고 허공 3미터까지 치솟는 건 예사다. 진상 짓을 하다 부랴부랴 귀국한 고위 공직자의 추한 얼굴에서 수염 달린 미꾸라지를 본다면 좀 과한 상상력인가. 성 스캔들 하나로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한 방미 성과까지 가려져 안타깝다. 윤 전 대변인은 글농사 동업자로 필자처럼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 논설실장까지 지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하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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