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相談)이 아닌 상담(相膽)을 하니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퇴직교원들이 운영하는 학업중단 학생 대안교육 기관인 대전교원시니어직능클럽에는 소년원 출신 10대 3명이 다닌다. 이 아이들은 절도, 폭력 등의 범죄를 저질러 한 달 전 이곳으로 왔다.
이곳에서 지낸지 한 달 만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학교에 나오기 싫어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제를 일으키던 아이들에게 꿈이 생긴 것이다. 반드시 검정고시에 합격해 고교 졸업자격을 취득하자는 목표다.
비결은 상담(相膽)에 있었다.
김용복 시니어클럽 정책실장은 “학교에서는 이야기담자(字) 상담을 하는 데 우리는 쓸개담자 상담을 한다”며 “쓸개를 내놓고 대화하니 서로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며 아이들이 변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답답해하면 하천으로 가서 선생님들과 고기를 구워먹고 같이 공을 찬다”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니 사제지간이 돈독해지고 아이들에게 스승 존경의 마음의 생겼다”고 자랑했다.
이 사례는 교권이 흔들리는 최근 학교 구성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교권을 쥔 당사자부터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학생들로부터 존경심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제간 지식을 주고받는 것에 그치고 형식적 대화만 되풀이한다면 교권 강화도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교직 사회 안팎에서도 이같은 점에 수긍하고 있다.
황만지 송촌고 교장은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며 “인성지도에 신경을 써야 하고 행동 역시 제자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권은 교사들만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의 역할도 중요하다. 가정에서 교사에 대해 험담을 하면 자녀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가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또 이기주의에 빠져 학교에 무조건 떼를 쓰기보다는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는 자세가 필요하다.
갑천초 강범현(58) 교사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에 불편함을 느낄 때 무조건 인터넷 등에 터뜨리고 보자는 식의 그릇된 사고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연대 위원장은 “교육행정만큼 폐쇄적인 곳도 없다고 본다”며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일에 적극 참여하고 감시해, 교육 민주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끝>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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