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현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1987년 헌법체제'에서 치러진 대선에서는 51.6%의 득표율로 가장 지지도가 높은 대통령으로 기록이 되었지만 출범 후 한 달여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도보다도 뒤진 것으로 나타난 것은 경계할만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을 비롯한 일부 정치권에서는 조각(組閣)과정에서 순탄치 못했던 인사 난맥과 국민소통부재 때문으로 보는 관점도 있지만 사회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그러한 요인만으로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시 말하면, 정치는 단독적인 시스템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 안보 등의 요인들이 맞물려 있는 하나의 체계적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분석이 되어야 한다.
특히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정당을 대표하는 정치리더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은 해당정부의 국정철학과 국정과제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정과제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안보, 문화 등의 5대 축(axis)에서 제시가 되는데,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 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의 5개 영역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러한 국정과제를 수행함으로써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국정철학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와 상관이 있다.
지지율이 낮다는 것은 국정과제가 안고 있는 상징적 특성을 국민들이 잘 모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동의하는 정도의 상징성이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제 임기 초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들은 지난 정부들이 내세웠던 국가위상제고나 경제성장, 개혁, 혁신 등의 객관적 의미의 키워드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즉 과거 정부가 사용했던 거대담론이 아니라 주로 민생과 관련이 되어 시간적 소요기간이 요구되는 고용, 복지, 문화, 교육, 사회통합 등의 주관적 의미가 많은 이른바 행복 키워드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는 국정을 실제로 수행하는 주체들은 낮은 지지율에 대하여 좌절할 필요도 없지만 낮은 지지율의 원인을 찾아 대책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과거 정부의 국정과제들은 국정운영 초기에도 성과가 드러날 수 있는 개혁이나 혁신 등의 이벤트성이 강한 의제(agenda)들이 많았지만 현 정부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놓을 수 없는 의제들이 많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알리는 소통의 전달체계가 작동될 필요도 있다.
즉 개혁이나 혁신 등의 키워드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대상으로 구조기능적인 방식으로 추진이 되지만 복지나 고용, 문화, 사회통합 등은 점진적으로 결과가 나타나는 상징적 특성이 있다는 점을 대중들에게 쉽게 알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아무리 대통령이 시대에 적합한 국정철학을 국정과제에 담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성과 실천력있는 국정전달체계가 중요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추상적인 정치철학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 속에서 느끼는 상징적 의미에서 정치불안을 인식하게 되고 이는 국정운영에도 위험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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