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인간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희생의 대명사다. 사랑의 상징이다. 생명의 뿌리다. 자식과 엄마는 숙명이다. 엄마와 자식! 이보다 더 가까운 관계가 또 있을까. 부부노릇은 의무지만, 엄마 사랑은 본능이다. 아가페 사랑이다. 내리사랑이다. 조건 없는 사랑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낱말은 무얼까. '엄마'다. 영국에서 2005년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 70개'를 조사했다. 영국문화원 설립 70돌 기념행사로 102개 나라 4만 명을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1위는 '엄마(mother)'다. '아버지(father)'는 70위 안에 끼지도 못했다.
사람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말도 '엄마'다. 생존에 필요한 말이기 때문이다. 생존은 본능이다. 먹어야 산다. 먹을 것 찾는 행위는 모든 동물의 원초적 본능이다. 본능적 욕구의 외침, 그건 지구상 모든 언어의 공통어다. 한국 아기도 '맘마'부터 배운다. '맘마 줘~' 엄마를 향해 외쳐댄다. '맘마'에는 자음 'ㅁ'이 연이어 붙어 있다. 첫 자음 'ㅁ'이 떨어져 나간다. '암마→엄마'라는 말로 굳어진다. 말에도 고향이 있고 뿌리가 있다. 엄마의 말 뿌리가 '맘마'다. 국어학자 천소영님의 주장이다. 엄마 본디 뜻은 '밥'이다. 요즘 세태를 보라. 애들은 '엄마를 밥'으로 여기지 아니한가! 아니, '찬밥'이다.
돌발 상황이 닥쳤을 때 서양인은 '오 마이 갓'이라 한다. 하느님을 먼저 찾는다. 우리는 '엄마야!'라고 외친다. 부지불식 어머니를 찾는다. '어머나!'라고도 한다. 놀람의 감탄사다. 깜짝 놀라 '어머니' 말끝에 탄식의 점 하나가 붙은 건 아닐까. '에그머니, 오매'도 어머니에서 파생된 것이리라.
'아웃사이더'라는 전쟁 영화가 있다. 포탄이 난무하는 참호 속에서 피투성이 병사가 숨 가쁘게 읊조린다. “엄마가 보고 싶다”라고…. 아흔이 된 노인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태어나 숨이 멎을 때까지 엄마를 그리며 산다. 극악무도한 살인범도 마지막 사형대에서 '엄마'를 찾는다. 모정으로 양육되고 평생 어머니를 구심점으로 살아간다. 인간의 정신은 99%가 어머니에 의해 만들어진다.
“어미는 살아 서푼이요 죽고 나면 만 냥”이란 속담이 있다. 살아계실 땐 엄마의 존재가치를 잘 모른다는 빗댐이다. “한 사람의 어진 어머니가 백 명 교사보다 낫다”고 했다. “하느님은 세상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대신 어머니를 만들었다.” 탈무드에 있는 말이다. 김춘수 시인의 '사모곡' 또한 눈시울 적신다. “… 하느님/ 나는 꼭 하나만 가질래요/ 세상 것 모두 눈 감을래요/ 하느님/ 나는 꼭 그 사람만 가질래요…”
'엄마~' 소리만 들려도 가슴 찡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 있을까. 그런 자는 인생을 잘못 산 거다. “엄마 손은 약손, 쑥쑥 내려가라. 엄마 손은 범 털 손, 똥줄기로 쑥쑥 내려가라.” 옛 엄마들의 '사랑 손' 치료 소리다.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엄마 손은 만능이었다. 배탈도 고치고, 이빨도 빼고, 다래끼도 따는 신령한 손이었다.
오늘날 엄마 손은 어떠한가. 자녀가 배앓이라도 해보라. 운전대부터 잡는다. 총알처럼 병원으로 내닫는다. 의술에만 매달린다. 손은 있되 신통력이 없다. 옛날 엄마 손이 아니다. 하이테크만 있고, 하이터치는 없다.
“자식과 불알은 짐스러운 줄 모른다”라 했다. 그런데 어인 일인가. 요즘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 지난 달 16일 일명 '엄마 가산점제'가 국회에 발의됐다. 엄마 역할 하다가 다시 취업할 때 2%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자식 사랑은 엄마 '본능'이요, 군복무는 사나이 '의무'다.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엄마도 못해먹는 세상이 된 걸까! 그걸 '의무'로 여기다니…. '엄마 가산점제'가 웬말인가! '2% 가산점'으로 엄마의 자존심마저 흔들 건가.
'군대ㆍ출산기피' 풍조에서 그런 발상이 나왔으리라. 자녀 하나 대학졸업까지 3억1000만 원 든다나. 한 달 119만 원 양육비다. 그게 문젠데 엉뚱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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