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열수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과 아내 박성자 하늘빛교회 담임목사 |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3-세상의 끝에서'를 본 영화팬이라면 '문어 선장' 데비 존스를 기억할 것이다. 문어 인간의 기괴한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낸 컴퓨터 그래픽(CG)이 인상적이었는데, 당시 영상특수효과 작업에 참여한 주인공이 한국인 임사라(37)씨다. 임씨는 영상특수효과 전문가로 2012년 런던올림픽 때 화제가 됐던 P&G의 'Thank you, mom' 캠페인 광고 제작에도 참여했다. '세상 모든 어머니를 후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아이를 올림픽 선수로 키워낸 세계 각국 어머니들의 헌신과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Thank you, mom' 캠페인 광고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반향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할리우드를 품고 있는 도시, 영화산업의 대명사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영상특수효과 전문가로 맹활약하고 있는 '엄친딸' 임사라씨. 임씨의 부모인 임열수(63)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과 박성자(62)하늘빛교회 담임목사를 어버이날인 8일 대전의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만났다.
-자제분이 어떻게 되는지요.
“1녀 2남입니다. 첫째 딸인 사라 밑으로 남동생인 둘째 태상과 셋째 다니엘이 있는데 세 아이가 성격도 직업도 제각각입니다. 둘째 태상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안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셋째 다니엘은 회계사입니다.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어바인에서 살며 'Salt&Pepper'라는 무역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3명이 모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데, 유학을 보낸건가요.
“아이들이 어릴 적에 저희 부부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아이들을 데려갔습니다. 첫째 사라와 둘째 태상이 미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그 뒤 사라가 중2 때 아이들 엄마가 미국으로 다시 공부하러 가게 되면서 아이들도 함께 가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미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진학,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부모님이 유학가면서 아이들을 데려갔다면 아이들에게는 행운과도 같은 기회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부부가 아이들 데리고 유학을 갔다고 하면 형편이 넉넉했을 것으로 생각하시겠지만 장학금을 받아서 공부했던 상황이라 결코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에 들어갈 때 수중에 지닌 현금이 14만원 뿐이었습니다. 미국세관에서 “이 돈만 갖고 왔느냐”고 물을 정도였죠. 아이들도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백화점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용돈을 벌었습니다.”
-아이들이 동서양 다른 문화에 적응하느라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한국에 와서는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어려운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생하기도 했지만 영어에 익숙한 덕분에 학교 생활에 자신감을 갖고 잘 적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88 서울올림픽 당시 사라가 초등생이었는데 영어 통역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라 양은 어떤 아이였는지요?
“스스로 노력하는 아이였습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때도 영어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AFKN 방송을 혼자서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아이'였죠. 사라를 키우면서 한번도 “공부하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바람에 “잠자라”는 말은 수없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보면 부모가 공부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공부에 익숙해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자녀들은 미국에, 부모님은 한국에 떨어져 지내신 기간도 적지 않은데 떨어져 사는 자녀들을 위한 교육법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시죠.
“매주 예배용 주보를 만들 때면 아내가 좋은 글을 실어서 미국에 있는 아이들에게 보냈습니다. 좋은 글을 읽고 마음을 보듬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그 덕분인지 아이들이 착하고 바르게 자라준 것 같아 늘 감사합니다.”
-사라양이 영상특수효과 전문가로 자리 잡기까지 고생도 적지 않았다던데….
“사라가 대학 졸업 후 홍보회사에서 홍보업무를 맡았습니다. 연봉도 상당했는데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그만두고 영상특수효과 일을 배우겠다고 나섰습니다. 그 바람에 연봉도 6분의 1 수준으로 깎이고 야근을 하며 밑바닥부터 일을 배워야 했습니다. 부모 마음으로 너무도 안쓰러웠지만 자신의 꿈을 위한 노력이기에 묵묵히 응원했습니다.”
-부모로서 말리고 싶은 마음은 없으셨는지요.
“솔직히 사라가 의사가 되거나 변호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최대한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부모로서 훈계하고 싶기도 하고 부모의 뜻을 주장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러다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합니다. 평소에는 말없이 지켜보다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할 때, 결정적이고 중요한 순간에만 조언을 해줬습니다. 지금은 회계사인 막내는 학창시절 음악에 빠져 밴드활동을 했었지만 그 때도 아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도록 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안하는 성격이라 강요할 수도 없었습니다. 두 아들의 결혼도 본인들의 뜻에 따라 했습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실 것 같은데….
“공부보다도 아이들이 바르고 심성 고운 사람으로 컸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존중해주고 “너희는 잘할 수 있다”며 늘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있어도 늘 전화하고 소통하며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평소에 마음에 새기는 문구가 있으시다면?
“사도 바울의 글 중에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으로 종이 돼야 가족 간에도 문제가 해결됩니다. 종이 되지 않으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깁니다. 서로가 '종이 되어 섬긴다' '내가 먼저 섬긴다'는 마음으로 대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난다는 것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늘 섬긴다'는 마음으로 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실, 저희 아이들도 살펴보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다는 점이 부모로서 고마운 점입니다. 또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부모를 필요로 할 때 최소한의 조언으로 아이가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했는데 굳이 교육비법을 말하라면 그게 가장 큰 비법이 아닐까 합니다.”
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정리=김의화 기자
●임 총장 부부의 교육법
“공부해라”대신 본보기 보여
매주 좋은 글로 인성 보듬어
훈계 대신 묵묵히 지켜보기
아이 존중하고 늘 대화하기
●임사라씨는?
1976년생.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2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경제학(Economics)을 전공했다. UCLA는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 최고 명문대학 중 하나다. 대학 졸업 후에는 바손-마스텔라(Barson-Mastellar)에서 홍보업무를 맡았으며, 싸이업(Psyup)에서 플레임 아티스트로 활약했다. 현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살며 영국계 광고회사인 더 밀스(The Mills Co.)에서 영상특수효과 감독(Visual Effects Supervisor)으로 근무중이다. 더 밀스는 본사가 런던에 있으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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