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그동안 소문이 무성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과학계는 “출연연구기관과 별반 다를게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역 여야 정치권도 “충청권을 우롱하는 일이고 대국민 사기”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대전시는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과학벨트 예비타당성 조사의 규모축소와 관련한 보도에 대해 “기본계획 자체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KDI가 수행한 예타 결과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였으나, 기존의 출연 연구단지에 비해 면적이 과다하다며 축소될 것이라는 소문은 무성했다”면서 “아직까지는 정부부처에서 공식적인 자료를 제시하거나 결과를 준적이 없었다”고 신중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초 세계적 연구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기초과학비즈니스벨트의 목적보다는 예산 절감에 초점을 맞췄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면 그전에 개발계획인 신동·둔곡지구의 산업용지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축소된다 하더라도 개발계획 면적 자체가 축소되는 것 보다는 축소된 면적만큼 산업용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제조건을 단다면 동의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대한다”고 말했다.
과학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연구소를 지향하는 기초과학연구원의 규모와 건축면적이 절반가량 줄어들면, 기존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면서 “정부가 부지매입비 마저 기본계획에 수립하지 않고 뒤늦게 이번 추경을 통해 일부만 편성하는 등 과학벨트사업이 과학적 접근이 아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전시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기본계획보다 용지면적 규모를 줄이고 조성기간을 늦추는 것은 명백한 충청권 우롱행위”라며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과학벨트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로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당은 이어 “박근혜 정부는 정부출범과 함께 과학기술에 기반한 창조경제를 통해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지금도 늦지 않았다. 관계당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충청도민에게 공약한 사항과 그 이유에 대해 다시한번 꼼꼼히 살려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시당은 “앞으로 새누리당 대전시당은 과학벨트가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날 대전ㆍ충남ㆍ세종 국회의원 및 시도당 위원장, 지역위원장 공동 성명서를 통해 “부지매입비가 추경예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가운데 사업면적이 축소되고 사업기간이 연장될 것이라는 예비타당성 조사결과까지 공개되면서 충청인과 과학기술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약속을 지키기는 커녕 약속 자체를 반 토막 내 축소하려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기만행위'이자 '사기'”라며 “뒤에서 과학벨트를 반토막 내려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만술책을 '대국민 사기'로 규정하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관련 해명자료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추진 중”이라면서 “다만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KDI를 통해 사업계획의 적정성 검토(간이타당성조사)만을 진행 중으로, 아직 결과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재헌·권은남·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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