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30년 이상 개최되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충무기 전국중고럭비대회(충무기 럭비대회)'가 천연잔디구장 사용을 꺼리는 관계 기관때문에 인조잔디구장에서 치러지고 있다.
대한럭비협회에서 천연잔디구장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상황이어서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단위 대회가 자칫 내년 대회를 치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7일 대전시체육회에 따르면 대전시설관리공단에 제33회 충무기 럭비대회 운영 장소로 한밭운동장 주경기장을 요청했으나 잔디 훼손이 많이 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시체육회는 한밭운동장 사용이 어려워지자 충남대학교와 KT&G에 천연잔디 운동장 사용을 요청했지만, 주말만 가능하고, 평일에는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시체육회가 이처럼 대회 장소를 천연잔디 구장으로 구하려 하는 것은 인조잔디의 경우 선수들이 부상이 많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는 데다 대한럭비협회 전무이사 등 관계자들이 실사를 나와 '천연잔디 구장이 아니면 대회를 치르기 힘들다'는 주문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체육회 담당부서에선 일단 올해까지는 동아마이스터고 인조잔디구장에서 대회를 치르고, 내년 대회에선 꼭 천연잔디 구장에서 대회를 치르겠다는 약속을 해 가까스로 올해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대전시 시설공단이 이 대회의 한밭운동장 사용 불허 이유로 내세운 것은 럭비의 경우 잔디훼손이 심각해 보수 비용이 많은 소요되는 것은 물론, 타 종목 이용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시 시설공단은 앞서 지난달 한밭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실업육상대회와 관련, 잔디 보수 비용으로 500만원을 받는 등 잔디 문제와 관련해 민감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럭비가 비인기종목이어서 소외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또 대회기간 중 주말에는 KT&G나 충남대 등 타 운동장에서, 평일에는 한밭운동장에서 경기를 진행해 잔디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이번에 대한럭비협회를 설득하느라 정말 힘들었다. 한밭운동장에서 럭비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일단 해보고 정말 훼손이 많이 되는지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이 대회는 전국의 중고선수들과 관계자, 학부모 등 많은 사람들이 일주일 이상 머물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설공단 관계자는 “얼마 전 성남에서 럭비대회때문에 천연잔디 구장 전체가 훼손돼 새로 까는 등 럭비가 잔디훼손을 심각하게 한다고 판단해 불허한 것”이라며 “향후 이 대회를 포함한 각종 럭비대회를 잘 치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 마련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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