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서 대화는 바른 인성 함양의 기반이 된다. 덴마크와 스웨덴과 같은 교육 선진국에서 학교폭력의 대안으로도 사제간 소통을 최선으로 손꼽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조사 대상 662명이 보여주듯 소통을 통한 신뢰 형성 실패는 교권 추락의 아픈 현실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평소 느낀 점, 고민거리를 자유롭게 못 터놓는 학교 분위기에서 교육의 많은 문제가 파생된다. 초등생 9.8%에서 중학생 2.6%, 고교생 1.5%로 낮아지는 것은 치열한 학력 중심사회의 구조적 측면, 즉 일등지상주의가 선(善)이 되는 교육 현실 탓도 크다. 교육 주체 모두가 반성할 부분이다.
그나마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중·고생이 각각 56.3%, 69.2%로 높아진 데서 다소 위안이 된다. 미성숙한 단계의 학생과의 올바른 대화 복원을 위해서는 허용적 분위기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세태를 탓하고 기대치를 말하기 전에 대화가 단절된 학교에서 겪을 정서적 결손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설문조사에서는 또한 지역 학생의 절반 정도(51.5%)가 하루 30분 대화도 하지 않는 가족간 대화 단절의 문제점이 재확인됐다. 통계청의 2013년 청소년 통계에서 부모에게 고민을 의존하는 비율이 21.7%인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공감, 소통, 연결이 강조되는 교사 비폭력 대화 기법 직무연수 확대도 보조적인 방법은 될 수 있다.
물론 교사가 학생 마음의 문을 못 여는 것이 대화기법의 문제만은 아니어서 해결의 어려움은 있다. 교육부 전수조사로는 초·중·고생 6명 중 1명이 관심군, 자살 고위험군은 10만명에 달한다. '지시와 통제' 아닌 대화가 근간인 학교공동체 문화로 바꾸는 데는 교사의 대처 능력도 시험대에 올라 있다. 불가능처럼 보여도 실효성을 갖춘 대안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 이번 설문조사가 던진 메시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