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고 했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함축된 표현이다. 하지만, 이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해져 오는 교권침해 소식에 우리 사회는 한탄하면서도 제대로 된 처방은 나오지 않는다. 교권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본보는 제32회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권 추락의 현실과 이에 대한 원인·대책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해 9월께 대전 A중에 다니는 학생 2명이 친구 10여 명으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피해 학생 학부모 가운데 일부는 이 학교 교사 2명에게 수천만 원대의 소송을 걸었다. 학교가 생활지도를 잘못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들은 법적 분쟁에 피를 말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비슷한 시기 대전 B고교에서는 학부모와 교사 간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모 교사가 한 학생의 휴대폰을 압수한 것이 발단이 됐다. 분을 삭이지 못한 학부모는 교사를 직접 찾아와 폭언하며 멱살을 잡고 따지는 등의 화풀이를 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대전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다.
교권이 위기다. 교사가 학부모 또는 학생들에게 폭언을 듣는 것은 일쑤다. 얻어맞기도 하고 성희롱에 시달리기도 한다. 교실에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수업진행 방해 사례도 부지기수다.
민주통합당 이상민 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충남·세종의 교권침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대전의 경우 2009년 111건, 2010년 225건, 2011년 489건으로 3년 새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학기까지도 261건이나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2009년 1570건에서 2011년 4801건으로 3배가량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대전의 교권침해 현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충남도 2009년 65건, 2010년 98건, 2011년 160건, 2012년(1학기) 152건의 교권침해 사례가 접수됐다. 세종은 2012년 1학기 11건이 있었다. 교권침해 사례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수업진행 방해가 가장 많고 폭언·욕설, 성희롱, 폭행 등의 순이었다.
교사는 학교 안 아버지와 어머니 같은 존재다. 때문에 교권은 학교에서의 사회적 통념과 상식을 지탱해주는 절대적인 요소다.
교권이 흔들리면 학교 질서가 무너지게 되고 그 피해는 교사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지식과 인성을 습득해야 할 학생에게까지 악영향을 준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행복한 학교의 출발점은 바로 교권을 바로 세우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교권강화가 시급한 이유다.
사회가 각박해 주면서 과거와 달리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 것이 교권 추락의 가장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저출산이 심화하면서 자녀가 1~2명밖에 안 되는 가정이 늘면서 생기는 일부 학부모의 과잉보호와 이기주의 현상도 한 가지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학교 현장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의 교권 강화 대책도 문제다.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 학장은 “교권은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하더라도 당당하게 서 있어야 하며 이것이 흔들리면 학교 현장이 마비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학교 폭력 등 최근 학교 현장의 문제점도 교권 추락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학생과 학부모의 스승 경시 풍조를 해소하고 교원 예우에 관련된 각종 법령과 제도의 손질, 교원 자구노력 등이 뒤따라야 한다”며 교권강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를 꼽았다.
오주영·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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