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수 kt 충남고객본부장 |
필자는, 근무하고 있는 ICT업계의 특성상 흔히 말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apter)가 되어야 한다. 특히 모든 일상이 손안의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되는 요즘은 과거 여러 디지털 기기를 두루 섭렵해야 했던 나의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 준 고마운 것이기도 하다.
현대 문명의 최대 이기(利器), 스마트폰에 관한 몇 가지 수치들을 살펴보자. 작년 말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어느덧 32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휴대전화 사용자의 60% 이상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수치다. 2010년 1월, 100만명에 불과하던 스마트폰 사용자가 아이폰과 갤럭시 등 혁신적인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으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필자는 거의 모든 업무를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다. 기본적인 이메일, 일정관리와 사내망 접속을 통한 결재 그리고 소소한 업무 관련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페이스타임 등 SNS를 통한 가족, 지인들과의 연결고리도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다. 아울러 간단한 온라인쇼핑과 은행 업무도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을 분실했을 경우 이야기는 간단치 않다. 최악의 경우 모든 일상이 완전히 멈춰버리게 된다. 업무 마비는 물론 이고 기본적인 연락마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필자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을 업무용 위주로 사용하는 직장인들과는 달리 인터넷 검색과 게임 그리고 SNS를 주로 이용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그 의존도는 더 높다. 그런만큼 중독의 정도도 심하다. 심지어 5세 미만의 유아들도 스마트폰에 노출 빈도가 잦아 중독되고 있다고 하니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2012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볼 수 있다. 이들의 평균 이용기간은 19.5개월이며 사용의 주된 이유는 어플리케이션 이용(66.2%)과 인터넷 이용으로 나타났다. 일평균 이용시간은 102분으로 86.7%가 스마트폰 이용으로 생활이 전반적으로 편리해 졌다고 응답했다.
이런 수치만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77.4%의 응답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답했으며 79.7%가 SNS게임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답변은 37.3%만이 스마트폰 이용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한 부분이다. 보통은 46.6%, 불만족은 16.1%로 집계됐다. 스마트폰의 양면을 동시에 보여 준 조사 결과로 볼 수 있겠다.
최근 이런 디지털, 스마트 문화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이 아나디지(anadigi)족과 디지로그(digilog)의 출현이다. 아나디지족은 아날로그(analogue)의 '아나(ana)'와 디지털의 '디지(digi)'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로 비록 디지털보다 느리고 복잡하더라도 아날로그만이 가지고 있는 여유와 느림을 통해서 디지털의 약점을 극복해 양자를 적절히 결합하여 디지털을 제어하며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반면 디지로그는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로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과도기, 혹은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첨단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21세기를 지배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반영된 것이다.
이제 시장에서도 디지털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가 존중되고 풍부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분명한 것은 아날로그 시대로의 회귀는 이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편리한 디지털시대의 최첨단 문명을 누리면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간직하며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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