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형마트의 규제를 통해 동네 상권, 소규모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대형마트가 문어발식 확장으로 곳곳에 둥지를 틀면서 전통시장이나 동네상권의 몰락을 가속화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지자체마다 조례를 개정, 월 2회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실시했다.
대형마트 등은 절차상 하자 등을 주장하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는 지자체의 조례 개정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여론이 동네상권 보호 쪽으로 흐르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입된 체인스토어협회는 '자율휴무' 카드를 들고 나왔다.
당시 대선을 앞둔 시기여서 정부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선 것이다.
이후 국회에서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지자체들도 조례를 재개정, 지난 2월 설 명절을 전후해 의무휴업이 다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유통법 개정안 발효를 하루 앞두고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기업, 영세임대상인 등으로 구성된 생존대책투쟁위원회가 헌법소원을 냈다. 유통법 개정안이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로 납품 농어민은 물론 중소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또 고용과 소비를 동반 감소시켜 유통산업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해 소규모 동네상권을 살리려는 취지가 중소상인간의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전통시장이나 동네상권과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는 농어민, 중소협력업체 등은 비슷한 처지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유통 공룡은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뒤로 슬그머니 빠져 있는 모양새다. 대형 유통업체는 농어민이나 중소협력업체와 납품 계약시 철저하게 쥐어짠다. 납품 단가를 최대한 낮춰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것이다. 농어민이나 중소협력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지만 이 마저도 감지덕지 식으로 납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대책투쟁위원회의 헌법소원 제기는 유통 공룡의 방패막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납품 길이 막히면 그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물론 전통시장과 동네상권의 몰락도 현재 진행형이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전통시장이나 동네상권, 납품 농어민, 중소협력업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창조적인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이영록·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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