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는 최근 일부 학과 통폐합 등 구조 조정안을 마련한 결과, 국문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를 통합해 '한국 어문학과'로 개편키로 했다. 독일어문화학과와 프랑스어문화학과를 폐지하고 해당 학과 교수들은 신설되는 '항공승무원학과'(가칭)로 자리를 옮긴다.
지난해 대전대는 철학과를 폐지해 올해부터 철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고, 재학생들만 졸업까지 학점 취득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 국어국문창작학부를 단일학과로 축소하고 정원을 80명에서 60명으로 줄였다. 생명과학과와 미생물생명공학과는 생명과학부로 통합됐다.
건양대는 2005년 국문과를 문학영상학과로 바꾼 후 지난해 폐지시켰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선호 학과로 통하는 영미영어문화학과도 지난해 금융·국제학과로 통합시켰다.
반면, 전문대학들은 현재 고교 2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5학년도부터 4년제 학사학위 과정 개설이 본격화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일환인 '전문대학 집중육성 방안'에 따라서 정부는 현재 2~3년제로 제한된 전문대 수업연한을 2015년부터 1~4년으로 다양화할 방침이다.
4년제 전환이 필요한 대표적인 전문대 학과로는 건축과 토목, 메카트로닉스(기계·전자공학), 정보기술(IT), 물리치료, 치기공, 유아교육 등이 꼽힌다.
결국 4년제와 전문대학간의 역할 분담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학평가시 주요 지표인 취업률때문에 순수학문보다는 일명 취업 잘 되는 실용학문을 다루는 학과 신설 움직임이 잇따르자 대학이 본연의 기능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순수학문의 구조조정이 대학의 본질적 가치인 학문의 균형발전보다는 시장경제의 중요한 가치인 ‘효율성’, ‘선택과 집중’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대의 수업연한 다양화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마다 대입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전문대와 4년제 대학간의 갈등만 증폭시킨다는 시각이 크기 때문이다.
한 대학 교수는 “4년제 대학들이 취업률 등을 의식해 과거 전문대학이 개설한 실용학과들을 대거 가져가놓고 이제 와서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를 놓고 전문대학과 구분하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라며 “결국 입학정원 감소와 정부의 대학평가 등으로 대학들이 제역할을 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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