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에게 골목사용료 소송이 제기된 대전 중구 석교동의 도로 모습. |
대문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골목이 사유지라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고, 골목 없인 살 수 없는 주민들은 매달 통행료를 내며 살아야하는 것인지 불안해하고 있다.
중구 석교동 280-4 104m 골목은 주택 8가구가 오갈 때 이용하는 유일한 길이다.
골목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폭에 기역자로 꺾여 백명수ㆍ양홍윤 씨 등 30년 가까이 거주한 주민들 대문으로 이어진다.
버스정류장까지 15분을 걸어 내려가야하고 도시가스도 최근에 들어 온 오래된 주택가에 지난달 말 골목사용료 소송이 제기됐다.
이곳 주민들이 사용하던 골목이 용도지역은 도로이나 그 소유는 개인의 것으로 남아있었다.
1983년 보문산 아래에 택지를 개발해 2층짜리 주택 10여채를 분양했으나 이들 주택에 이어지는 골목은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거나 공동소유하지 않고 개인 소유로 남겨놨던 것.
주민들은 30년 전 주택이 개발되는 과정에 골목이 사유지로 남아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주택을 거래하고 골목의 이웃으로 이사왔다.
수면 아래에 있던 사유지 골목은 2010년 12월 부동산경매에 부쳐져 이모(50ㆍ여)씨가 낙찰 받았고, 소송의 발단이었다.
이 씨는 골목을 소유한 지 28개월만에 골목 이용 주민 8세대에 소송을 제기해 2010년 12월 이후 골목사용료 249만원을 납부하고 앞으로 매달 8만9220원을 이용료로 요구했다.
소장에서는 이용료의 기준은 2010년 임의경매 최저가격인 7138만원의 1%를 8가구로 나눈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땅을 소유하고도 골목으로 사용돼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용자가 요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경매에서 해당 골목을 소유하게 된 과정은 이번 일과 관계 없다”고 대답했다.
주민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앞으로 평생 골목사용료는 내야하는 것인지 걱정했다. 더욱이 주택을 분양할 당시 대문에 이어지는 공공도로 없이 건축물이 준공될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백명수씨는 “골목이 막히면 우리는 이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갈수도 들어올 수 없다. 그렇다고 지난 2년치 250만원에 앞으로 매달 9만원씩 골목사용료를 낸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 정광오(45)씨는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도로를 개인 소유로 방치했고 또 이로 인한 소송을 주민들이 모두 알아서 해야는 것인지 골목 이웃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대전시와 중구에 민원을 제기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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