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필수 전제 조건이 바로 부지매입비다. 중요 국책사업에 정부 전액 부담이 어렵고 또 이 때문에 단지 조성 등 정상 추진이 불가능하다니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정부의 무성의, 정치권의 몰이해에 얽힌 부지매입비 배제는 과학벨트 추진 의지의 상실을 의미한다.
특별법에 따른 과학벨트 사업은 전국을 전수조사한 뒤 결정한 지정사업이다. 일부 국책사업과 달리 대전시가 응모한 사업이 아니었고 매칭펀드 개념도 성립되지 않는다. 자치단체 재정 형편은 몰라라 하고 국가 재정형편을 이유로 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것이 곧 이전 정부와 현 정부의 과학벨트 체감온도가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돌아보면 과학벨트 입지 결정과 이후의 여정은 너무 길었다. 대전시가 '성의와 관심'을 보일 부분이라면 부지매입비가 아닌 도로나 상하수도 등과 같은 기반시설 조성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앞서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의 “대전시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발언 이후 소모적인 논란만 증폭되고 있다.
특정인의 말 한마디에 빨간불이 켰다 파란불이 켜졌다 하는 딱한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능력껏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라'는 논리에 발목 잡힐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국고 지원으로 푸는 것 외에는 유효한 대안이 없다. 다시 말해 가장 확실하고 확고한 방법은 부지매입비 대전시 분담이 아닌 전액 국고 부담이다.
당장 과학벨트 기반 공사가 진행돼야 하는데 언제까지 헛물만 켜려는가. 계획대로면 2017년 완료 시점은 사실상 얼마 안 남았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문제가 아니라, 정상 추진 의지가 의심되는 그 반대의 소극성이 문제인 것이다. 지역 정치권도 정파를 넘어 결의대회나 '강력 대응' 엄포 이상의 실천과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다. 추경예산안 처리를 넘어 부지매입비 전액 국비 확보를 위해 충청권이 강단 있게 뭉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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