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식 세종시장 |
나는 연기군 서면 북촌리에서 6남매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우리집은 농사를 지어서 먹고사는 정도였고, 그 시절 다 그렇듯 1시간을 걸어서 초등학교에 다녀야 했다. 보릿고개도 수없이 넘겼지만,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겪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정형편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당시 술을 좋아하신 작은아버지는 운수업을 하다가 크게 실패를 했고,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동생하고 먹고 살아야하니 운수업을 하라'고 권유하셨다. 아버지는 동생이 하던 운수업에 뛰어 들었지만 그마저도 얼마 가지 못해 큰 사고를 당하게 돼, 우리집은 정말 빈털터리가 됐다. 식구들의 끼니가 걱정된 어머니는 그 때부터 행상을 하셨다. 미역, 새우젓 등을 머리에 이고 다니며, 보리쌀하고 바꿔서 간신히 끼니를 이어갔다.
어머니는 훌륭하셨다. 아무리 어려워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없는 강직한 분이셨다. 장사를 갔다 오시면 우물물을 많이 드시는 것을 봤는데, 나는 한참 후에야 그것이 어머니의 한 끼 식사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되고 힘든 나날을 보내셨지만 어머니는 집에 돌아와도 눕는 법이 없었다. 쉼 없이 가족들을 위해 일하시며, 묵묵히 삶의 모범을 보이셨다.
어머니는 내게 한 번도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어머니가 삶을 대하는 그 모습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릴 적 큰 산처럼 느껴지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얼마나 고된 일상을 견디며 지켜내는 것인지 깨닫게 되면서 나는 남들보다 빨리 어른이 됐는지도 모른다.
중학교 때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했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입주 가정교사를 하며 대학까지 내 힘으로 졸업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지도 같은 존재이고, 그래서 힘이 들 때면 당신을 떠올리며 답을 얻는다. 나에게 어머니는 삶의 힘인 '인내'와 그 과정을 즐기는 '진지함'이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의 근원이다.
누군가가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부와 명예, 성공' 등이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친구나 타인에게는 펑펑 돈을 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가족에게는 참 인색하다. 물론 다른 이에게 선물을 하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친구나 동료에게 모든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기 전에 내 가족에게도 그렇게 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 중 지난 일요일은 '어린이 날'이었고, 이틀 후면 '어버이 날'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부모에게 받은 것을 생각하면 '어버이 날'이 365일 모두라 한들 넘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생활이 풍요로워진 요즘 '어린이 날'이 없다고 해도 어린이를 위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휴일도 아닌 '어버이 날' 우리는 부모님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어린이에게 쏟는 정성을 우리 부모님에게 좀더 써야 한다. 단지 돈이 아닌 마음으로 말이다. 성공을 하거나, 돈을 많이 벌었을 때 효도를 한 번에 멋지게 하려해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할 수 없다.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함께 여행도 다니고 많은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
부모님은 우리 곁을 언제 떠나실지 모르고,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불효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말 하지 않아도 알고 계실 것이라는 이유로, 또는 쑥스럽다는 핑계로 사랑한다는 표현에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나 역시 지금 이 순간 참으로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효도를 하고 싶어도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은 부모님께 '어버이 날'을 맞아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올곧은 마음과 생각으로 타인을 위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신, 인내하며 가족과 사회를 섬기는 지혜를 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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