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의 기준은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미는 수많은 돌연변이의 역사가 만들어낸 DNA의 구조와도 같다.
찰스 다윈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에게 미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나름의 기준을 정해 미인을 평가해 왔다. 지역과 민족에 따라 미인상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아프리카의 오지마을은 입술크기에 심지어는 몸에 있는 흉터로서, 해일피해가 많은 태평양의 섬나라는 뚱뚱한 몸매의 여인을 최고로 여겼다. 미얀먀의 한 부족은 긴 목이 여성미의 기준이다.
동양인의 전통적 미의 기준은 삼백(三白) 삼흑(三黑) 삼홍(三紅)이다. 살결ㆍ이ㆍ손은 희고, 눈동자ㆍ눈썹ㆍ머리칼은 검어야 하며, 입술ㆍ볼ㆍ손톱이 붉으면 구색(九色)을 갖춘 미인이 됐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옛 선조들의 유물속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미인은 둥글둥글하고 아담한 얼굴에 작은 아래턱, 다소곳한 콧날과 좁고 긴 코, 통통하고 발그래한 뺨과 작고 귀여운 듯한 좁은 입, 흐리고 가느다란 실눈썹, 쌍꺼풀이 없이 눈꼬리가 길게 늘어진 가는 눈 어찌보면 소녀와도 같지만 그 자태나 풍기는 느낌이 지적이며 정적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다르다. 서구적 체형과 얼굴이 미인으로 통하고 있다. 오똑한 콧날, 깨물어 주고 싶은 빨간 입술, 반듯한 이마, 얼굴의 반이상을 차지하는 커다란 눈, 어릴적 가지고 놀던 마론인형처럼 작은 얼굴. 뼈마디가 튀어 나올 정도로 마른 체형, 이런 조건을 좇으려는 여성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미인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들 줄 몰라 각종 미인선발대회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미스코리아는 물론이고 시ㆍ군마다 지역축제 때 향토미인을 선발해 각종 대회출신의 미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인대회는 여성성의 상품화와 성형미인 논란에 휩싸이면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인간품평회같은 미인콘테스트는 집어치우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역 향토 미인대회는 젊은 처자들이 도시로 빠져나가 지원자가 없어 폐지되는 곳이 늘고 있다.
올 해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지역예선이 끝나 본선 진출자가 확정되자 성형미인 후보자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외신들은 미스코리아 후보들이 하나같이 똑같다며 '성형미인들이 판을 치는 대한민국'이라고 조롱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런 와중에 성형미인 선발대회가 이달 중 열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를 놓고 일부에선 미스코리아 대회나 성형미인대회가 뭐가 다르냐고 반문한다.
역대 결과를 보면 미스코리아 1등은 주로 '미스 서울'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후보의 인물 DNA가 좋아서 인지, 입상 노하우때문인 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80년대에 '미스 대전ㆍ충남' 선발자가 본선에서 떨어졌으나 그 뒤로 '미스 서울'로 출전해 미스코리아 왕관을 쓴 일이 있다. 같은 인물이 간판따라 성적이 달라졌다. 또 광주와 전남은 분리돼 지역예선을 치르지만 인구가 비슷한 대전과 충남은 묶어 지역대표를 선발한다. 대전ㆍ충남 여성들이 본선 진출 인원에서 밀려 게임의 형평성이 제기될 수 있다.
김덕기ㆍ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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