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주영 교육체육부장 |
2000년 건양대 병원을 개설 한 건양대 김희수 총장은 '교수가 365일 진료하는 병원'을 표방하고 나섰다. 그 병원에 가면 교수가 365일 진료를 해준다니 의료소비자들은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개원 초기부터 건양대 병원은 대박을 터트렸다.
김 총장은 항상 남들 보다 먼저 걸었다. 가지 않은 길을 찾아서 그 곳에서 블루오션을 잡았다. 나이 60에 건양대학을 세우며 교육사업에 뛰어드는 열정을 보였다.
김 총장은 오전 4시면 건양대 병원으로 나와 '업무 산책'을 즐긴다. 한 손에는 메모 수첩을 들고 새로움을 항상 찾는 청년이다. 이 시간이 아이디어를 찾는 시간이다. 시력도 좋고 몸이 유연해 허리굽히기도 잘한다. 더 잘하는 것은 그의 마인드가 매우 창조적이라는 점이다.
85세의 김희수 총장의 실험이 2013년 3월 다시 시작됐다.
'만년 청년 김희수'는 건양대병원과 건양대를 키워내며 전국 사립대의 위상을 크게 올려놓았다. 쉼 없는 성공신화를 써 나가고 있는 김 총장은 2013년 3월 또 다시 건양대발(發) 혁신의 신호탄을 올렸다. 김 총장이 '융합형 인재 양성 위한 교육혁신'에 시동을 건 것이다. 100년 동안 성역 처럼 닫혀있던 대학 강의실 문을 열기 위한 그의 도전에 전국 대학가가 주목하고 있다.
그는 창의융합대학을 국내 대학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한국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뜯어 고치는 일이다. 혹자는 대학의 DNA를 바꾸는 일이라 표현할 정도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ㆍ 창의 경영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사람이 핵심이며, 이제는 창의와 열정이 넘치는 융합형 인재가 배출돼야만 우리나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박 대통령의 취임사와 일맥 상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융합대학에는 35명의 입학식이 올해 처음으로 들어왔다. 강의실을 직접 찾아보니, 학생과 교수의 칸막이는 물론 관련 학문별 장벽을 허무는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한다는 것이 교육 목표로 보였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한 미래 사회를 개척하는 일이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2~4명의 교수가 강의실에 함께 들어가 학생들의 발표 및 토론을 경청하며,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코디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가장 큰 혁신은 교수가 수업하는 것에 대해 다른 교수의 '지적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교수 수업시간이 외부에 낱낱이 공개되고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수 사회에선 충격적이다.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으나 김 총장은 이를 뚝심있게 밀어 붙이고 있다. 기존 정형화된 학사제도의 틀과는 완전 별개로 운영되므로 가히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엎은 새로운 형식의 교육 프로그램을 달가워 하지 않는 구성원이 적지 않다.
김 총장은 지방대학의 살 길을 창의융합대학에서 보았다고 했다. 기존 교수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많은 기득권(?)을 포기해야만 가능한 일이니 김 총장도 처음에는 망설였다. 그러나 김 총장은 남이 가지 않은 길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1991년 학교를 개교한 뒤 20년간은 취업률 100% 대학이라는 구호가 대학을 먹여살렸다고 했다. 이제는 경쟁력을 잃어 새로운 먹거리로 찾은 것이 창의융합대학이라 했다.
'청년 김희수'의 파격 교육시스템이 지방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 총장의 '무한 도전'에 주변의 시선은 엇갈린다. 그러나 그의 성공 이력서를 보면 성공할 것이라는 쪽에 점수를 주는 지인들이 더 많다.
보다 창조적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의 성공 모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위기의 지방대가 살 수 있는 획기적 아이템이기에 교육부와 청와대가 이를 관심있게 들여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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