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 |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한밤중에 '사면에서 초나라 노래(사면초가:四面楚歌)'소리가 들려오자 초나라 군사들은 그리운 고향 노래 소리에 눈물을 흘리며 다투어 도망쳤다. 항복한 초나라 군사들로 하여금 고향 노래를 부르게 한 장량의 심리 작전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항우는 깜짝 놀랐다. '아니, 한나라는 벌써 초나라를 다 차지했단 말인가? 어찌 저토록 초나라 사람이 많은고?' 이미 끝장났다고 생각한 항우는 결별의 주연을 베풀었다. 항우의 진중에는 우미인(虞美人)이라 불리는 애인 우희(虞姬)와 추리라는 준마가 있었다. 항우는 우희가 애처로워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비분강개(悲憤慷慨)하여 시를 읊고 또 읊었다.
'산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힘도 천하를 압도하는 기개도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구나. 추가 가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은 고 우야 우야 너를 어찌할거나' 우희도 이별의 슬픔에 목메어 화답했다. 역발산을 자처하는 천하장사 항우의 뺨에는 어느덧 몇 줄기의 눈물이 흘렀다. 좌우에 배석한 장수들이 오열(嗚咽)하는 가운데 우희는 마침내 항우의 보검을 뽑아 자결하고 말았다.
그 날 밤, 불과 800여기(騎)를 이끌고 포위망을 탈출한 항우는 이튿 날, 혼자 적군 속으로 뛰어들어 수백 명을 벤 뒤 강 건너 당초 군사를 일으켰던 강동(江東)으로 갈 수 있는 오강(嗚江)까지 달려갔다. 그러나 항우는 800여 강동 자제(子弟)들을 다 잃고 혼자 돌아가는 것이 부끄러워 스스로 자결하고 말았다. 그때 그의 나이는 31세였다. 누구나 자기의 역경을 극복하는 인내력 있는 바람직한 삶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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