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등 2학년 딸과 노래방에 간 김 모씨(39·대전시 중구). '산토끼', '과수원 길', '퐁당퐁당' 등 추억의 동요를 선곡하자 아이는 “재미없고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가 더 재미있다는 아이를 보며 김씨는 궁금증이 들었다. “우리 아이만 이렇게 동요를 모르는걸까?”
#2 독신으로 사는 한 모씨(43·대전시 유성구). 먼 친척뻘인 6살 꼬마가 놀러 와서 '코카콜라 맛있다'를 하자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알고 보니 '고모네 집 갔더니'가 '코카콜라 맛있다'로 바뀌었다는 것. “전래동요가 언제 코카콜라 송으로 바뀌었나” 싶은 생각에 씁쓸했다.
요즘 아이들, 동요를 모른다. '과꽃' '오빠생각' '노을' 등은 추억의 동요가 됐다. 그나마 안다고 해도 동요를 흥얼거리며 노는 어린이를 보기가 쉽지 않다.
어린이들이 동요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동요를 접할 시간이 적다. 집에서는 어려서부터 영어DVD나 영어동요를 듣는다. 유치원에서도 재롱잔치때면 동요보다는 K-팝, 인기가요에 맞춰 춤을 춘다. 초등학생은 학원 순례를 해야하다보니 또래들과 놀며 전통놀이, 동요를 즐기는 골목길 문화는 사라진지 오래다. 방송에서도 동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TV 속에서도 랩과 가요, 팝을 부르는 어린이들이 박수와 칭찬을 받는다.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국악동요와 창작동요 등 다수의 동요가 수록돼 있지만 수업시간에 동요를 배워도 수업 외에 학교 밖에서 동요를 즐길만한 문화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TV 등을 통해 성인문화에 고스란히 노출된 아이들이 랩이나 가요에 너무 일찍 눈 뜨다보니 동요가 외면받고 있다”며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 뿐 만 아니라 동요를 즐길만한 사회적 분위기를 마련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관심 속에 잊혀져가는 동요도 많다. 동요 '맴맴'은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전해 내려오던 전래동요다. ‘엄마 앞에서 짝짜꿍’은 충북 옥천군 출신의 정순철씨가 작곡했다. 한때 ‘국민동요’로 꼽힐 만큼 널리 불렸지만 요즘은 듣기 쉽지 않다.
친일파로 낙인찍어 그 작곡가의 곡을 멀리하게 하는 사회 풍조도 ‘반달’과 ‘고향의 봄’ 같은 동요들을 잊혀지게 한 원인이 됐다.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의 수록곡 중에 국악동요나 창작동요가 많다보니 옛 동요들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그로 인해 3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동요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동요음악협회 오세균 회장은 “교과서를 개편할 때 새로운 곡만 수록할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정서함양에 도움 되는 옛 교과서의 곡을 적어도 1/3정도는 수록해야 3세대가 같이 부를 수 있는 동요들을 알게 되고 가정에서도 자연스럽게 동요 부르기가 생활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요학교(충북 음성군 생극면) 전민현 관리소장은 “동요는 어린이들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삼세대가 함께 하는 '패밀리 송'(가족노래)이자 우리의 전통정서를 익히고 인성교육까지 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라며 “동요 활성화를 위한 우리사회 전체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문화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소장은 “어려서부터 너무 일찍 성인 가요를 부르면 어린이의 성대에 무리가 올 수 있다”며 “성대 발달을 위해서라도 어릴 때는 어린이 음역에 맞는 동요를 부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의화 기자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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