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스토리] '전교조 대전지부 1세대' 문성호·성광진 교사<영상>

[에듀스토리] '전교조 대전지부 1세대' 문성호·성광진 교사<영상>

90년대 대흥동사무실 교육계 '성지' 당시 문 지부장·성 사무국장 콤비활약 “참교육 확신·열정 있었기에 비합법 노조시절 견뎌내”

  • 승인 2013-05-01 13:58
  • 신문게재 2013-05-02 12면
  • 오주영 기자오주영 기자
▲ 성광진<사진 왼쪽> 대전고 교사와 문성호 월평중 교사가  20년전 전교조 초기 활동을 회상하며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성광진<사진 왼쪽> 대전고 교사와 문성호 월평중 교사가 20년전 전교조 초기 활동을 회상하며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1990년대 대전 중구 대흥동 전교조 대전지부 사무실은 교육계 인사들 사이에서 참교육 실천을 꽃피웠던 '성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비합법 노조인 전교조 대전지부를 7년여간 지켜왔던 문성호(대전 월평중 교사)지부장과 성광진 (대전고 교사)사무국장에겐 그 당시 큰 직장이었다. 학내 민주화를 지켜내기 위해 현직 복귀까지 포기했던 문 지부장과 대전북중학교에 복귀하지 못했던 성 국장은 한 몸이었다. 좀 지나긴 했지만 전교조 1세대들 이들의 나이도 이제는 50대 중후반에 접어들었다. 청년들이 장년에 접어들었다. 이들을 통해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교육 현실을 짚어봤다. 자연스런 대화를 위해 저녁에 적당한 술을 곁들였다.




-비합법 노조 시절, 전교조 사무실이 대흥동에 있을 때 당시 심정과 에피소드 등을 회고해 보면 어떠십니까.

▲성광진=94년에 대전에는 전교조 관련 해직자들이 여덟 명이 복직하고 두 사람이 남게됐습니다.

문 선생님은 복직할 수 있었지만 전교조를 위해 스스로 남았고, 나는 사학에서도 공립에서도 복직을 못해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남았습니다. 사실 기약 없는 복직과 조직의 비합법으로 인해 미래가 불안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지만 전교조가 추구하는 참교육이 올바르다는 확신과 열정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문성호=거의 스무 해전이니까 그때만 해도 교육계는 지나치게 경직되고 권위적이었습니다.

사립학교는 재단의 부당한 권력과 부조리가 판을 쳤고, 공립학교는 교육청과 학교장의 무소불위적인 권력이 난무했습니다. 입시교육에 편승해 불법 찬조금을 학부모로부터 공개적으로 수금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청도 이런 것들을 눈감아주고 승진이나 전보인사 등에서 잡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해야 할 일도 많았고 100여 명에 불과한 조직을 추스르기 위한 모임도 연일 이어졌습니다.

-문성호·성광진 콤비로 불리던 그 당시 많은 것을 했습니다. 기억나는 일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성=문 선생님이 92년부터 7년간 지부장으로 지낼 동안 나는 조직부장 사무국 등의 직책으로 주로 사무실을 지키며 뒷받침을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생각하면 참 잘 맞는 콤비였지만 성격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문 선생은 성격이 차분하고 나는 급해 자주 다투었고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밤을 새며 토론을 하기도 했습니다.

고입 탈락자가 대거 발생한 96년에는 학부모들과 구제운동을 벌여 이후 고입탈락자 발생이 현저히 줄어든 것은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합니다.

1997년에는 장훈학원의 부당인사와 98년의 호수돈학원의 부당인사에 대해 강력한 대응으로 사립학교 교사의 교권을 조금이나마 수호했다는 것도 자랑스럽습니다.

▲문=1995년에 학교급식이 처음 시작되면서 지원금을 학부모로부터 수령하는 것을 반대하며 자치단체의 학급급식 지원 조례제정 운동을 처음 벌인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중학교의 특수학급 통폐합 철회 및 정서학습장애아의 일반고등학교 지정·배치를 사회단체들과 함께 추진한 것도 떠오릅니다. 1997년에는 또 학교장추천전보제를 폐지하기 위한 운동을 통해 전보인사의 공정성을 추구하고, 올바른 인사관리원칙 제정을 위해 노력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교원잡무경감을 공론화시켜 일숙직 폐지를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이뤄낸 것도 괄목할만한 성과라 볼 수 있습니다.

-학교 복귀 후 달라진 학교 현장의 변화는 무엇이고,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교육 현실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성=학력 중심, 입시경쟁 중심의 학교는 우리가 처음 교단에 설 때와 변함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교육의 모순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창조성을 많이 이야기 하는데 학생들마저도 '이렇게 공부해서 창조성이 길러지겠어요'라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문=학교에서 학생이나 교사는 주인이 아니라 단지 수단인 것 같습니다. 민주적 의사 결정은 학교에서나 교육정책이나 모두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학교가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교육장이 돼야 합니다.

-학교복귀 후 고충을 겪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성=저는 1997년, 문 선생님은 1998년에 복직했습니다. 대체로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문=거북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전교조의 탄생과 활동을 통해 지나치게 권위적이었던 과거보다 달라진 교육 현장의 분위기에 대해 고마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전교조 원로세대가 됐습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주시죠.

▲성=경쟁과 효율이 교육현장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인보다는 멀리 이상을 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은 실현되기 어렵겠지만 훗날 보람이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문=학교 밖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깊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풀뿌리의 근본은 마을입니다. 마을의 아이들, 청소년들, 부모님들과 좀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활동들을 기대해 봅니다. 그곳에서 희망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하고 있는 대외활동은 있습니까.

▲문=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청춘' 대표, 양심과 인권 '인권나무' 상임대표,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어린이, 청소년, 어머니, 젊은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란 주제로 매월 한 번씩 강연회를 하고 있는데, 5월에는 열네 번째로 변산농부 윤구병 선생을 초청,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성=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받았던 시민단체의 도움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었으면 하다가 주어진 역할인데, 시민단체도 참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두 사람은 3시간여동안 계속된 지난날의 회고속에서도 동지라는 끈을 단단히 잡고 참교육이 현장에서 활짝 꽃피기를 염원하는 말을 이어갔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
정리=김영재·사진 영상=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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