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종시엔 국무총리실을 비롯, 9부 2처 2청 2위원회와 20개 소속기관 등 36개 정부기관(1만452명)이 2014년까지 3단계로 나눠 옮긴다. 지난해 말까지 7개 정부부처와 6개 소속기관이 정부 세종청사 내 입주를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했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 국토연구원 등 16개 국책연구기관(3353명)도 이전해 행정과 연구도시로 복합적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아직은 의료시설, 교육시설 등 생활여건이 미흡하여 입주한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도 고생이 많은 형편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중앙행정기능이 현재 서울청사, 세종청사, 대전청사 등으로 나뉘어져 행정의 통합과 효율성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북한핵을 둘러싸고 긴장국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세종시에 입주한 국무총리실에서는 비상소집하는 안보회의에 참석하려고 헬기를 대기시켜놓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어디 총리 뿐이랴! 보도에 따르면 정부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중 55.5%는 1주일에 한번, 15.3%는 주 2회 이상 서울 등지로 출장을 다닌다고 하니 10명에 7명꼴은 서울 등 출장에 시달리며 차속에서 3~4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담당자들이 자리를 비우면 업무 협조나 처리 시간이 늦어지게 되는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는 정부기능을 쪼개 분산시키는 것으로 국민합의가 이루어질 때부터 예상되던 일이었다.
그러므로 이제 세종시의 기능 활성화 못지않게 우리나라 중앙 행정의 효율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행정의 효율성은 법적, 제도적 개선을 포함하여 단계적으로 대책을 수립하되, 그중 손쉽고 효율성이 높은 방안은 즉각적으로 시행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손쉬운 방안 하나를 제안한다. 즉 무엇보다 행정소송법의 관할조항 개정이야말로 손쉽고 효율적인 행정 개선방안의 1순위라 할 수 있다.
현행 행정소송법은 제8조 제1항에서 취소소송의 제1심 관할법원은 피고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행정법원으로 한다. “다만, 중앙행정기관 또는 그 장이 피고인 경우의 관할법원은 대법원소재지의 행정법원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대전ㆍ세종시에 자리잡은 정부 중앙관서에 대한 행정소송을 할 경우 원고가 대전, 세종시 사람인데도 피고인 대전, 세종지역 중앙관서 공무원과 함께 서울로 행정재판을 받으러 다녀야 한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처사인가?
이러한 요소가 행정공무원의 서울 출장을 가중시키고 중앙행정능력의 분산과 비효율을 가속화시킨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간단하다.
즉, 행정소송법 제8조 제1항 단서 “다만, 중앙행정기관 또는 그 장이 피고인 경우의 관할법원은 대법원소재지의 행정법원으로 한다”를 “다만, 중앙행정기관 또는 그 장이 피고인 경우의 관할법원은 대법원소재지의 행정법원으로 할 수 있다”로 개정하면 이런 불편을 절로 해소된다.
이와 같이 개정한다면, 대전, 세종에 위치한 중앙관서에 대한 행정소송의 경우 대전, 세종이 가까운 사람은 대전법원에서, 서울이 편리한 사람은 서울에서 행정소송할 수 있게 되어 공무원이나 지역 민원인 모두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경제적 절감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글자 몇자 바꾸어 비효율이 효율로 바뀐다면 만사를 제치고 우선 추진할 일이다.
요즘, 중앙행정의 효율을 위해 국회나 청와대의 세종분원 설치 이야기가 나오고, 세종청사의 서울 연락사무소 설치도 논의되는 와중이지만, 행정소송법 중 관할조항의 개정은 정말 손쉽고도 국민과 정부가 서로 상생하는 가장 상징적인 개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보다 대전, 세종이 가까운 청주, 영남, 호남 사람도 찬성하지 않을리 없다. 더 나아가서 충청이남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행정소송이 대폭 증가한다면, 대전행정법원의 신설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행정소송법 관할조항의 개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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