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사랑의 필수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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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사랑의 필수 비타민

[목요세평]김형태 한남대 총장

  • 승인 2013-05-01 13:38
  • 신문게재 2013-05-02 20면
  • 김형태 한남대 총장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든다. 그렇다고 일부러 상처를 주거나 상처주기를 미화(정당화)해선 안된다. 못을 박았다 빼도 못자국은 남는다. 한번 상처를 받게 되면 의도적으로 억제해도 나무결의 공이처럼, 척박한 땅에서 경작한 고구마의 심 박힌 것처럼 불편한 앙금이 남는다.

그래서 사랑이 고귀한 것이요, 상처를 싸매야 하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적 건강을 위해선 6대 영양소가 있어야 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물 등이 균형있게 공급돼야 한다. 사랑을 위해서도 일곱가지 필수 비타민이 필요하다.

그 내용을 함께 알아보자. ①Accept(인정하기, 받아들이기):상대방을 고치려 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나와 다르다고 하여 억지로 고치려 들다가는 오히려 관계를 그르치기 쉬우므로 일단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같은 방향을 바라 볼 수 있게 된다.

②Believe(믿으라):사랑은 믿음(信賴)이라는 비타민을 먹고 성장한다. 반면 의심은 또다시 의심을 낳으면서 자꾸 커가게 된다. 믿음이 없는 사랑은 오래 지속 될 수 없으며 아름답게 시작된 인연까지도 불행과 허무 또는 상처로 마감하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필수적이다

③Care(돌보다):사랑한다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책임지고 배려하고 돌아보게 된다. 돌봄은 곧 관계다. 기쁘고 행복할 때보다 어렵고 힘들때에 돌보는 것이 더 값진 사랑이다.

④Desire(기대하다):서로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잘 되길 희망하며 꿈을 키워나가는 마음이다. 상대방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당신은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상대방을 인정해주며 성장 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⑤Erase(지워버리다):상대방의 허물이나 단점은 내 기억 속에서 빨리 지워버린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선 서릿발 같이 대하고 상대의 실수나 허물에 대해서는 봄바람처럼 대한다. 지우는 노력이 없으면 사랑은 물론 인간관계도 유지하기 어렵고 차차 금이 생겨 깨어지고 만다.

⑥Forgive(용서한다):지난 일을 언급할수록 현재를 후퇴시키고 사랑도 후진시킨다. 서로서로 과거의 실수와 잘못을 용서해줘야 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⑦Give(주는 것):두말할 것 없이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다. 줄수록 넉넉해지고 사랑도 돈독해지며 함께 동행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 주는 일을 먼저 해보기 바란다.

우리는 여러 종류의 인연을 맺으며 산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불교용어인 겁(劫)에서 유래한 말이다. 겁(劫)이란 천년에 한번씩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녀의 나풀거리는 옷자락이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닳아 없어지는 기간을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인연을 갖는다. 이 세상에 첫발을 디디면서 맺게 되는 부모와 형제의 인연부터 월하노인이 묶어 놓은 빨간 끈으로 이어졌다는 부부의 인연, 그리고 연인간 인연 또 학교에서 만나는 사제간의 인연, 직장과 종교의 장에서 이어지는 동료와 친구의 인연까지 실로 수많은 인연의 얽히고설킨 망(網)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길을 가다 옷깃만 스쳐도, 잠시 눈과 눈이 마주치는 인연도 천겁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만들어진다고 한다.

천겁의 시간이라면 옷자락에 스쳐서 큰 바위 천개가 닳아 없어지는 긴긴 시간이 될테니 그 찰나의 인연조차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새삼스럽게 내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긴 시간을 거쳐 내 곁에 와준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몇천, 몇만 겁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을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너무 소홀히 대한 것은 아닌지, 티끌만한 크기도 안되는 일로 미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임태경 이 쓴 '옷깃'의 한 구절을 나눠보자.

“잠시 스쳐간 옷깃의 인연으로 나는 오랫동안 비틀거리는가/ 저 바람은 한숨 되고 햇살엔 눈 시리죠/ 이 세상 모든 움직임이 그댄 떠났다고 하네요/ 그대안의 내 모습 재가 되어 날려도/ 고운 손등위에 눈물 묻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이란건 우리가 했지만/ 인연을 주는 건 하늘의 일인가 봐요/ 내 신앙 같고 내겐 형벌 같았던/ 그대의 옷깃 끝내 나 놓칩니다/ 함께 있어도 멀어져 있어도 눈물로 살텐데 같이 울면 안되나요/ 내겐 신앙같고 형벌 같았던/ 그대의 옷깃 이제나 보냅니다.” 지금 내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자. 그 사람과 나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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