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성년의날(20) 등 기념일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어서다. 자녀나 부모에게 '큰 선물'을 하자니 경제적인 부담이 걱정이고 '작은 선물'로 때우자니 기쁨을 주지 못할 것 같아 이래저래 주름살만 깊어지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이 있다는 직장인 A(40)씨는 어린이날을 맞아 1박 2일로 설악산 여행을 갔다 오기로 했다.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한숨만 나온다. 숙박비 8만 원, 왕복 유류비 15만 원에 식대와 관광지 입장료, 고속도로 통행료 등을 감안하면 족히 40만원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A씨는 “1박 2일에 수십만 원을 쓴다고 생각하니 박봉에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일년에 한 번 있는 어린이날을 무심코 지날 수 없어 무리하기로 했다”고 하소연했다.
B(41)씨는 어버이날이 걱정이다. 간단한 선물로 대체하려고 했지만, 본가와 처가 부모들이 용돈을 원하는 눈치여서 액수를 놓고 고민 중이다.
B씨는 “수백만 원 호가하는 효도관광을 보내드리지는 못할망정 자식 된 도리는 해야 할 것 같다”며 “하지만, 5월에는 어버이날 말고도 어린이날 각종 경조사비가 많이 들어 경제적으로 버거운 것은 사실이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저소득층 학부모의 가정의 달은 더욱 힘들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초·중·고 및 특수학교 전체 학생 22만 4702명 가운데 13.3%인 2만 9969명이 저소득층으로 분류돼 학비, 급식비 등 교육복지 지원을 받고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8560명, 한부모 보호대상자 3857명, 차상위계층 1만 7552명 등이다. 해당 학생 학부모들은 가정의 달 자녀에게 기억나는 선물을 주거나 추억을 선사하고 싶어도 엄두도 못 낸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정의 달에 학부모가 겪는 고충은 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인터파크가 최근 고객 458명을 대상으로 가정의 달 선물 비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51.1%가 10만~20만원을 꼽았다. 10만원 미만(25.3%), 20만~30만원(14.8%), 30만~50만원(7.4%), 50만원 이상(1.3%) 등의 순이었다.
가정의 달 지출비용 증감과 관련해선 57.2%가 지난해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보다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답변도 24.5%에 달했으며 늘리겠다는 답변은 17.9%에 머물렀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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